캐나다 스마트폰업체 블랙베리가 하드웨어 개발과 생산을 중단하고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으로 선회하는 대규모 사업개편계획을 발표했다.
스마트폰사업에 실적을 크게 의존하는 글로벌 전자업체들이 블랙베리의 체질개선에 교훈을 얻어 사업을 다각화하는 데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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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첸 블랙베리 CEO. |
블랙베리가 29일 회계연도 2분기(6~8월) 실적을 발표하며 스마트폰 개발과 생산을 모두 외부업체에 위탁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스마트폰사업이 계속 적자를 보며 고전하자 과감히 정리하고 사물인터넷과 자율주행차 등 신사업과 기업용 솔루션 등 소프트웨어에 역량을 집중해 성장동력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블랙베리는 회계연도 2분기에 영업손실 3억7200만 달러(4089억 원)를 봐 2년 만에 사상 최대 적자를 냈다. 스마트폰의 재고처리비용 등이 반영돼 수익성을 크게 악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블랙베리는 2010년 세계 스마트폰시장에서 17% 정도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강력한 영향력을 차지했다. 하지만 현재는 1%도 미치지 못하는 점유율에 그치고 있다.
콘텐츠와 생태계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스마트폰시장에 대응하지 못해 자체개발한 운영체제를 고집하다 소비자에 점차 외면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블랙베리가 전략을 선회하며 구글 안드로이드를 탑재해 내놓은 스마트폰 ‘프리브’도 글로벌시장에서 흥행에 실패하며 실적부담을 가중시켰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블랙베리가 사실상 스마트폰사업에서 패배를 선언하고 물러났다”며 “하지만 소프트웨어사업이 계속 성장하고 있어 빠른 체질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랙베리의 스마트폰 개발중단 선언은 세계 스마트폰시장의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애플이나 삼성전자 등 프리미엄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한 업체들과 중저가제품을 앞세운 중국업체들로 시장이 분명하게 양분되는 상황에서 블랙베리가 과감한 구조조정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이탈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 소니는 꾸준히 적자를 보고 있는 스마트폰사업의 지속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LG전자와 중국 레노버 등 업체도 인원을 감축하고 사업을 축소하는 조직개편을 진행했다.
증권사 CCS인사이츠는 “블랙베리의 결정은 스마트폰사업이 더이상 전자업체들의 생존에 필수가 아니라는 중요한 관찰점을 제시한다”며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과감히 출구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스마트폰 수요가 계속 둔화하고 중국업체들의 가격공세가 거세지며 애플과 삼성전자도 장기적으로 스마트폰사업을 대체할 새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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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베리의 기업용 보안솔루션 사업. |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8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8%, 애플은 24% 줄었다. 오포와 비보 등 중국업체들이 각각 163%와 261%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노키아와 블랙베리 등 과거에 영광을 누렸던 업체들이 스마트폰시장에서 빠르게 몰락한 만큼 삼성전자와 애플이 예상보다 이른 시일 내 중국업체에 밀려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나온다.
블랙베리가 스마트폰 개발중단을 선언한 뒤 주가는 하루만에 5% 이상 뛰었다. 체질개선으로 신사업에 역량을 더욱 집중할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주가상승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블랙베리의 소프트웨어사업과 같은 확실한 대안을 마련해놓지 못한다면 스마트폰사업에서 큰 타격을 받을 경우 이를 만회하기 어려울 수 있다.
전자전문매체 가젯360은 “애플과 같은 업체는 블랙베리의 급격한 추락이 주는 경고에 주목해야 한다”며 “지속적인 변화를 추진하지 못한다면 언제든 시장에서 철저히 외면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