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TSMC 파운드리 격차 더 벌어져, 경계현 올해 AI로 분위기 바꾼다

▲ 삼성전자가 2024년 인공지능(AI) 시장 확대에서 파운드리사업부의 반등 기회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매출 확대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대만 TSMC와 시장 점유율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인공지능(AI) 반도체를 발판으로 점유율 회복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2017년 5월 독자 사업부로 분리·승격된 뒤,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2023년 4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점유율 11.3%를 차지했는데, 이는 최근 6년 동안 가장 낮은 수치다.

2017년 7.7% 수준이었던 삼성전자 파운드리 점유율은 사업부가 출범한 이듬해인 2018년 19.2%로 급증했다. 그 이후로도 몇 년 동안 10% 중후반 대 점유율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2023년 초부터 다시 10% 초반으로 떨어져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4분기 TSMC와 점유율 격차도 49.9%포인트로, 2017년 이후 최대 폭으로 벌어졌다.

이는 지난해 퀄컴과 같은 주요 고객사의 수주물량이 크게 줄었고,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활용하던 자체 모바일 프로세서(AP) '엑시노스' 출하량도 감소한 것에 따른 결과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엑시노스 출하량은 1300만 개로, 2022년과 비교해 반으로 줄었다.

다만 올해 1월 출시된 갤럭시S24 시리즈에 다시 엑시노스가 탑재되기 시작하면서 삼성전자 내부 파운드리 물량은 다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차기 제품인 갤럭시S25에는 더 많은 모델에 엑시노스가 적용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 퀄컴이 새로운 5세대 스냅드래곤 AP에 삼성전자 2나노 파운드리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다시 점유율을 늘리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퀄컴은 시제품 제작을 의뢰했고, 양산 관련 협력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긍정적인 것은 AI 반도체 시장의 본격적 개화다.

IT산업 전반에서 생성형 AI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한 투자가 확대되면서, AI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는 없어서 못 팔고 있고, 이 GPU를 위탁 생산하는 TSMC는 올해 3나노 반도체 생산량이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세계 AI 반도체 시장이 2027년까지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성장해 약 1400억 달러(약 18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아직 AI 반도체와 관련한 대형 수주처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다만 올해 하반기 2세대 3나노(SF3P) 미세 공정이 본격적으로 가동된다면 상황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3나노 2세대는 4나노 대비 성능이 22% 빨라지고, 전력 효율은 34% 향상되며, 크기는 21% 작아진다.

또 수율(완성품 비율)이 안정화돼, 1세대(SF3E)보다 대형 고객사들 확보하기 유리할 것으로 분석된다.

경계현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3나노 2세대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이 유독 많다”고 말했다. 
 
삼성전자-TSMC 파운드리 격차 더 벌어져, 경계현 올해 AI로 분위기 바꾼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활용할 글로벌 기업으로는 메타, 오픈AI, 구글 등이 꼽힌다.

메타와 오픈AI, 구글은 모두 자체 AI 반도체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데, 최근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직접 삼성전자 경영진과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저커버그 CEO는 지난 2월29일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불안정한'(volatile)이라는 단어를 동원하며 TSMC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현재 메타의 자체 AI 반도체 2종 모두 TSMC가 생산하고 있다.

구글은 현재 모바일 반도체 설계와 제조에서 삼성의 도움을 받고 있는 만큼, 향후 AI 반도체에서도 협력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삼성 파운드리는 하반기 선단공정 가동률 증가로 흑자전환이 예상된다”며 “대부분 사업이 저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