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부의 '밸류업 정책' 한계 지적하는 외국언론, "재벌개혁 없다면 역풍 맞을 수도"

▲ 윤석열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재벌개혁을 외면한다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이미지.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한국 정부가 주요 상장사 기업가치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를 보기까지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과 현대차, SK와 LG 등 재벌기업의 영향력을 낮추지 못한다면 이러한 시도는 오히려 한국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역풍’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닛케이아시아는 14일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의 논평을 통해 “한국 정부가 투자자들을 설득하려면 밸류업 프로그램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국 기업가치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재벌기업 관련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부 정책이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의미다.

윌리엄 페섹은 일본 증시가 최근 34년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뒤 한국 금융위원회가 일본과 유사한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해 기업가치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그러나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은 이미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한국의 고질적 주가 저평가 문제를 해결하기까지 가야 할 길이 멀다”며 “이러한 계획이 불분명하고 기업의 자발적 조치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한국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가장 큰 원인이 되는 재벌기업의 지배력을 무시하고 있다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윌리엄 페섹은 “윤석열 정부가 문제의 핵심을 외면한 채 상황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며 “오히려 한국을 향한 의구심을 키워 역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물산 합병 관련한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약 3주만에 밸류업 프로그램이 발표된 것은 이러한 문제를 더 부각시키고 있다는 관측도 이어졌다.

다만 윌리엄 페섹은 이전 정부에서도 재벌기업의 영향력을 낮추기 위한 시도는 모두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한국의 재벌개혁은 오랜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그는 한국 정부 관계자들이 재벌기업을 증시 저평가의 원인으로 뚜렷하게 명시할 용기를 내지 못한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앞으로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윌리엄 페섹은 블룸버그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에 기고문을 싣는 유명 칼럼니스트다. 그는 오래 전부터 한국 경제 성장을 위해 재벌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주장해 왔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