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혜준 커리어케어 부사장이 최근 금융업의 변화에 따른 인재 수요에 관한 견해를 내놨다. <커리어케어> |
[비즈니스포스트] 금융업은 변화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산업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전 산업에서 디지털 전환이 이뤄졌는데 금융업의 디지털 전환 속도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이제 금융기업들은 본격적으로 인공지능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13일 국내 최대 헤드헌팅회사인 커리어케어의 박혜준 부사장을 만나 최근 금융기업들의 인력운용과 인재확보에 관한 의견을 들었다.
박 부사장은 서강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A&M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마쳤다. 씨티은행, 도이치은행, HSBC 같은 외국은행에서 20여 년 간 근무한 뒤 커리어케어로 자리를 옮겨 현재 금융팀장을 맡고 있다.
- 오랫동안 금융 전문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데, 금융기업의 인재 수요에 변화가 있나.
“코로나19를 계기로 디지털과 인공지능 분야의 인재 수요가 크게 늘었는데, 최근에는 영입 인재에게 기대하는 업무영역별 전문성 수준이 훨씬 높아졌다. 금융 서비스의 이용방식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웹이나 앱 사용이 활발해졌고, 이에 따라 금융상담도 챗봇이나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하고 있다. 금융기업들은 헤드헌팅회사에 디지털 솔루션, AI(인공지능) 플랫폼개발, 디지털 전략기획 분야의 인재 추천을 요청하고 있다. UI/UX 기획과 디자인 분야의 인재 발굴 요청도 이어지고 있다.”
- 향후 금융업에서 수요가 커질 인재는 어떤 인재일까.
“디지털전환(DT)과 인공지능(AI), 사용자환경과 경험(UI/UX) 분야 인재에 대한 수요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디지털 콘텐츠가 다양해지면서 디지털 콘텐츠 관련 인재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AI 시스템 개발, 챗봇, AI 플랫폼 개발 등 기존에 없던 직무 담당자 수요도 생겨나고 있다. 은행이나 증권사의 지점이 폐쇄되면서 순수 금융 인재에 대한 수요는 줄고 디지털 전문 인재 수요가 점점 늘고 있다.”
- 순수 금융 인재는 어떤 분야의 전문성을 요구하나.
“한때 대체투자 붐이 한창 일었지만, 부동산 PF시장을 포함해 금융시장이 침체되면서 대체투자 분야의 인재 수요는 많지 않다. 내부 통제, 리스크 관리, 컴플라이언스 분야의 인재수요는 지속되고 있는데, 금융업의 디지털 전환이 고도화하면서 리스크 통제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ESG 전문가 수요도 많은 편이다.”
- 외국기업과 한국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상이 다른가.
“첫째 외국기업은 제너럴리스트가 아닌 스페셜리스트를 원한다. 둘째 한국기업에서는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하지만 외국기업에서는 공격적이고 능동적인 성향을 선호한다. 주어진 책임과역할(R&R)에 안주하기보다 스스로 영역을 넓히고, 성장욕구가 큰 사람이 승진이나 연봉에서 우대를 받는다. 마지막으로 외국기업에서는 아시아지역 지사나 글로벌 본사까지 소통을 잘해야 한다. 따라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연마해야 더 높은 자리를 꿈꿀 수 있다.”
- 한국기업과 채용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는가.
“한국 기업들이 대체로 2~3번의 면접으로 채용을 마무리 짓는 데에 비해 외국기업은 면접이 5~6차에 이를 정도로 절차가 많다. 한국사업부는 물론, 아시아지사의 업무담당자, 글로벌 본사의 책임자까지 면접을 진행한다. 이 때문에 길게는 반 년 이상 걸리기도 하는데, 이렇게 긴 시간 동안 면접을 진행하고도 마음에 드는 후보자가 없으면 적임자가 나타날 때까지 그 자리를 비워둔다. 후보자도 이 과정에서 회사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에 복잡하고 긴 채용절차에 대해 큰 불만이 없다.”
- 외국기업의 인력관리 방식에 특징이 있다면.
“외국기업의 가장 큰 특징은 객관적인 성과 측정이다. 한국기업에서는 연차나 직급에 따라 암암리에 승진 순서가 있고 이에 따라 성과를 몰아주거나, 선임자를 밀어주는 관행이 있다. 외국기업에서는 이러한 행위가 용납되지 않는다. 성과 측정 때 자기 평가를 비롯해 상사와 동료들의 평가를 취합하여 객관적으로 승진과 연봉, 인센티브가 결정된다.”
- 지난해 금융지주 회장이 대거 교체됐다. 인재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있는가.
“금융지주 회장들이 대폭 세대교체 되면서 자회사의 최고경영자(CEO)들도 자연스럽게 젊어졌다. 60년대 후반생에서 70년대 초반생의 나이로 바뀌어서 일하는 방식이 달라졌고 디지털 이해도도 높아졌다. 경영의 투명성과 공정성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임원 채용 때 외부 전문가의 자문과 추천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고 밀실 채용도 줄여나가고 있다.”
- 금융업에서 일하길 원하는 사람에게 조언을 한다면.
“다른 산업도 마찬가지겠지만 금융산업에서 핵심인재가 되려면 전문성을 다져야 한다. 현재 각광받고 있는 게 디지털과 인공지능 분야인데, 그 중에서도 세부 분야를 선정하여 전문성을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 또한 자신의 전문성을 공격적이고 능동적으로 드러낼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