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이 수주회복의 기지개를 펼 준비를 하고 있다.
박 사장은 올해 수주가 전무한 상황에서도 저가수주를 지양하겠다는 원칙을 내세우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는데 무려 1년 만의 수주를 앞두고 있다.
▲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
2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이 최근 모나코 가스로그로부터 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2척에 대한 수주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아직 협상이 마무리된 것은 아니지만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조만간에 수주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의 총 수주금액은 약 4억 달러 규모로 알려졌다. 올해 수주목표로 세운 53억 달러를 충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이 LNG선 수주를 통해 올해 심각한 수주난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삼성중공업이 지난해 10월 이후 1년 가까이 신규수주 성과가 전무하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몇건의 수주를 한 반면에 삼성중공업은 올해 단 한건의 수주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박대영 사장은 신규수주에 더욱 신중하게 접근했다.
박 사장은 6월에 “아무리 급해도 시장을 교란하고 나중에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는 저가 수주는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조선업황의 불황 탓에 선주들이 협상우위에 있어 선가를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이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그는 “수주가 없으면 당장 망할 것 같지만 외환위기 때도 수주를 못했으나 살아남았다”며 “여기저기서 수주가 없다고 걱정이 많은데 좀 느긋하게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올해 안에 그동안 협상에 공을 들여왔던 대형 해양프로젝트와 선박 등을 수주해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일감을 확보하는 한편 경영정상화 작업에도 탄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은 현재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이탈리아 국영석유기업인 에니(ENI)가 추진하고 있는 모잠비크의 코랄 가스전 프로젝트의 본계약을 앞두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코랄 가스전을 개발하는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를 건조하는 사업으로 규모가 모두 54억 달러에 이르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삼성중공업이 수주에 성공하면 이 가운데 25억 달러를 확보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은 인도 국영가스공사 게일이 발주하는 LNG선박의 수주협상에도 조만간에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게일은 2017년부터 20년 동안 미국산 LNG를 인도로 운송하기 위해 척당 2억 달러 규모의 LNG운반선을 6척~9척 정도 발주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이 선박 가운데 3분의 1을 인도 코친조선소에서 건조하며 기술협력을 강화한다는 조건을 놓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계약이 체결될 경우 삼성중공업은 최소 8억 달러에서 최대 12억 달러에 이르는 수주금액을 확보할 수 있을뿐 아니라 기술협력을 통해 로열티 수입도 기대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이 이런 프로젝트들을 모두 수주하게 되면 올해 목표의 절반 이상을 한꺼번에 달성하게 되며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보다 올해 수주실적이 앞서게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