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론준비기일은 사건에 대한 쟁점과 증거, 증인 채택 여부 등을 정하는 절차로, 이번이 세 번째다.
2018년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이 별세한 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선대회장의 지분 11.28% 가운데 8.76%를 상속받았다.
구 회장의 어머니 김영식 여사와 두 여동생은 LG 주식의 2.52%와 구 선대회장의 금융상품·부동산·미술품 등 약 5천억 원의 재산을 나눠 받았다.
현재 구광모 회장은 LG 지분 15.95%, 김영식 여사는 4.2%, 구연경 대표는 2.92%, 구연수씨는 0.72%를 갖고 있다.
하지만 세 모녀 측이 주장하는 것처럼 법정상속 비율대로 LG 지분이 재분배된다면, 구 회장의 지분율은 9.7%로 줄어들고 세 모녀의 지분율 합계는 14.09%(김영식 7.95%, 구연경 3.42%, 구연수 2.72%)로 늘어나게 된다. 재판 결과에 따라 구 회장의 그룹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는 셈이다.
지난해 11월에 열린 상속회복청구 소송 2차 변론준비기일에서 김영식 여사가 “구연경 대표가 잘 할 수 있다. 경영권 참여를 위해 지분을 다시 받고 싶다”고 말한 녹취록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번 상속 분쟁은 구본무 선대회장의 유언장에 대한 세 모녀의 인지 여부, 상속 소송의 제척기간(어떤 사건이 일어난 후로 기간이 지남으로써 권리가 소멸되는 기간) 등이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세 모녀 측은 구 회장이 경영재산을 받는다는 유언장이 없었다는 사실을 2018년 11월 상속재산 분할 당시에는 몰랐고, 시간이 지나서야 인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 회장 측은 세 모녀가 고인의 유지를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상속재산 분할을 협의했다고 맞서고 있다. 또 2018년 11월 재산 분할을 협의할 때로부터 4년 이상이 지났으므로 제척기간이 이미 지났다고 주장하고 있어 소송이 각하될 가능성도 있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은 검찰의 항소로 사법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회장은 2월5일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 합병’ 관련 1심 재판에서 무죄를 받았다.
하지만 검찰이 1심 판결에 불복하고 지난 2월8일 서울지방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하면서 사법 리스크는 계속 남게 됐다.
이 회장의 항소심 사건은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에 배당됐으며, 첫 공판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으나 상반기 중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4월22일 1차 공판이 열린 뒤 107번의 공판을 거쳐 1심 판결이 나오기까지 3년5개월이 걸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회장은 적어도 내년까진 재판장에 출석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이 올해 5년 만에 등기이사로 재선임될 것이란 일각의 예측과 달리 등기이사 복귀를 미룬 것도 이같은 사법 리스크를 감안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앞선 2019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상고심에서 대법원이 내린 판단과 이번 1심 판결이 상충하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대법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현안”이라며 “최소 비용으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한 이재용의 지배권 강화라는 뚜렷한 목적을 갖고 삼성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진행됐다”고 판시했다.
반면 이번 1심 재판부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은 이재용 회장의 경영권 승계, 지배력 강화가 유일한 목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대법원과 전혀 다른 판결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이와 관련해 대법원이 ‘승계의 불법성’까지 판단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대법원 판결 취지에 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항소심에서 여전히 논쟁 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 김남근)는 2월21일 국회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승계의혹 1심 판결문 분석 좌담회’에서 “(1심) 판결문에서는 일부 부인하지만, 이미 확정된 다른 관련 사건의 사실관계 판단과 모순되는 여러 판단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