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미국공장 재생에너지 100% 달성' 주장에 맹점, 환경단체 보고서

▲ 삼성전자의 한 작업자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파머 레인에 위치한 반도체 파운드리 내부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오스틴>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와 인텔, TSMC 등 반도체 기업이 미국 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 100%’를 달성했다는 주장에 맹점이 있다는 환경단체 보고서가 나왔다. 

발전소에서 재생에너지를 조달하는 대신 ‘재생에너지 인증서(REC, Renewable Energy Certificate)’만 구매하는 비율이 높아 실제 탄소감축 효과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6일(현지시각) IT전문지 더버지는 캐나다 비영리 환경단체 스탠드어스 보고서를 인용해 “삼성전자 등 반도체 제조업체가 미국에서 재생에너지로 사업장을 운영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닐 수 있다”고 보도했다. 

스탠드어스는 삼성전자가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높였다는 주장에 결함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이 화석연료 기반의 전력을 사용했더라도 그 사용량만큼 REC를 구매하면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했다고 인정되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국 사업장에서 REC를 활용해 전력 사용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크게 줄였다고 알리고 있다. 

그러나 스탠드어스는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재생에너지만으로 전력을 충당한다고 주장하지만 이 가운데 90% 이상은 REC”라고 짚었다.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거나 신설하고 있는 인텔과 마이크론, TSMC 또한 삼성전자와 유사하게 REC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제조사들이 REC 대신 전력구매계약(PPA) 사용을 늘려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됐다. 

PPA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와 전력 사용자가 서로 동의한 기간과 가격에 따라 전기를 사고 파는 계약이다. 기업이 직접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탄소배출 저감 효과가 높다고 평가받는다. 

애플과 구글 등 IT기업은 미국 사업장에서 PPA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삼성전자 텍사스주 오스틴 사업장도 2019년 11월 애플, 이베이, 스프린트 등과 함께 75메가와트(㎿) 규모의 풍력발전 PPA를 체결한 적이 있다.

그러나 스탠드어스에 따르면 이 PPA는 애플이 주 계약자이며 삼성전자는 전체 발전용량 가운데 13.3%인 10메가와트만 계약했다.

스탠드어스는 보고서를 통해 “기업이 PPA를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보니 REC에 1~2년 의존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라면서도 “삼성전자 미국법인은 재생에너지 100% 목표를 내건 뒤 5년 동안 단 한 건의 PPA만 체결했다”고 꼬집었다. 

삼성전자는 2023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이미 재생에너지 목표를 달성한 미국의 경우 제도가 구비되고 재생에너지 시장이 활성화된 지역 중심으로 PPA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