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배터리 수출장벽 높아져, 한국에 글로벌 진출 확대 기회 열린다

▲ 3월3일 스위스에서 열린 2024 제네바 국제 모터쇼를 찾은 관람객들이 중국 BYD 부스에서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세계 각국에서 중국산 전기차 및 배터리의 시장 지배력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경계해 무역장벽을 높이는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과 유럽에 이어 인도를 비롯한 신흥국도 중국에 의존을 낮추기 위해 자국 내 생산설비 유치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며 한국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5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프랑스 투자은행 나틱시스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 전기차와 배터리 수출이 서구권을 비롯한 전 세계의 관세와 산업정책으로 난관에 직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을 3대 신산업으로 점찍고 수출 확대를 추진하며 막대한 투자를 벌이고 있다. 그 결과 해당 산업에서 수출액은 가파른 증가세를 나타냈다.

나틱시스에 따르면 2023년 중국 전기차 수출액은 2021년보다 4배 가깝게 증가한 380억 달러(약 50조7716억 원)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배터리 수출액은 660억 달러(약 87조9885억 원)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중국의 이러한 성장 추세는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 국가에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저가 공세를 앞세워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에서 강력한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높이거나 수입 규제를 논의하는 등 방식으로 무역 장벽을 높이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 정부 시절부터 중국 수입 차량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현지에서 중국 제조사들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도록 한 것이다.

바이든 정부가 시행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2025년부터 배터리를 비롯한 주요 부품이나 광물을 중국에서 조달한 전기차에 세액공제 혜택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럽 집행위원회도 지난해 말부터 중국산 전기차를 대상으로 생산 과정에서 중국 정부 보조금을 받았는지 여부를 조사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중국 전기차·배터리 수출장벽 높아져, 한국에 글로벌 진출 확대 기회 열린다

▲ 인도 타밀나두주 첸나이에 위치한 현대차 공장. 베르나 등 차량을 생산하며 연간 생산 규모는 76만 대로 알려졌다. <현대차 인도법인>

나틱시스에 따르면 인도와 튀르키예 등 비서구 국가에서도 이와 유사한 대중국 견제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떠오른다.

이들 국가에서도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은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초반부터 중국 기업들이 막대한 영향력을 차지하는 일을 견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틱시스 “해외 무역장벽이 높아지면서 중국 전기차와 배터리 사업 전망이 불확실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세계 각국이 중국을 겨냥해 무역장벽을 높이는 상황은 한국 기업들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와 기아는 물론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배터리 3사가 그동안 미국과 유럽에 적극적으로 생산 투자를 벌여 현지 공급망 구축에 기여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이 중국을 겨냥한 무역장벽을 높일 수 있던 이유는 한국 기업들의 생산공장을 통해 자국 내에 충분한 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들 국가는 한국 기업들의 현지 시설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정부 보조금 등 지원 정책도 적극적으로 펼쳐 왔다.

인도를 비롯한 국가에서도 이러한 선례를 따라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제조사들의 전기차 및 배터리 생산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 경쟁사를 대체하기 위해 글로벌 생산 거점 다변화를 추진하며 고객사 기반을 넓히기 유리한 위치에 놓이고 있는 셈이다.

중국산 전기차와 배터리에 관세가 적용되는 등 수출 장벽이 높아지는 국가가 확대된다면 한국 기업들이 자동차 및 배터리 수출을 늘리며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도 있다.

개리 응 나틱시스 연구원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를 통해 “한국 제조사들이 미국과 다른 국가에 공장을 설립해 생산을 확대하는 모습을 점점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