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원전 밀집지역인 부산 고리일대에 지진으로 ‘블랙아웃’이 발생하면 전력복구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원전을 냉각시킬 수 없어 제2의 ‘후쿠시마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블랙아웃은 대규모 정전사태를 뜻하는데 보통 특정지역이 모두 정전된 경우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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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다수 호기가 밀집된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를 이제라도 취소해야 한다”며 부산 고리일대에 블랙아웃이 발생하면 복구가 어렵다는 입법조사처의 유권해석 결과를 27일 공개했다.
입법조사처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은 연구 결과와 배치되는 결과를 내놨다.
산업부는 앞서 고리일대 원전 10기의 동시 정지를 가정한 시뮬레이션 결과 주파수가 58.6㎐까지 떨어져 우리나라 전체 전력수요의 18%가 자동 차단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놨다.
다만 주파수가 떨어지면 변전소에 설치된 ‘저주파수계전기(UFR)’가 동작해 부하를 차단하기 때문에 블랙아웃이 현실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조사처는 저주파수계전기로 부하를 한번에 대량 차단하는 것 자체가 또 다른 충격이 돼 주파수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2003년 미국과 캐나다에 일어난 블랙아웃 사태 당시에도 저주파수계전기가 작동했지만 전력 시스템 붕괴를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유재국 입법조사처 연구관은 “산업부 시뮬레이션은 주파수가 58.6㎐까지 가면 10여 초 만에 자동으로 회복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주파수가 떨어지는 과정에서 모든 터빈이 돌아가는 속도가 정확히 일치한다고 전제한 것”이라며 “실제로는 조금씩 속도가 달라 58.6㎐까지 채 가지도 못하고 덜커덩 주저앉게 된다”고 분석했다.
유 연구관은 “모든 원전은 발전소를 돌리기 위해 전기가 필요하고 그 전기는 외부에서 받아서 쓰는데 전원이 차단되면 원전을 냉각시킬 수 없다”며 “블랙아웃과 같은 사고는 순식간에 발생하지만 복구는 언제 될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햇다.
박 의원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가 났을 때 핵 연료봉에 노심용융(멜트다운) 사태가 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심용융은 핵연료봉인 노심 자체가 녹아버리거나 파손되는 현상을 말한다. 핵분열은 엄청난 열이 발생하기때문에 식혀주어야 하는데 냉각시스템의 고장 등으로 원자로가 담긴 압력용기의 내부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면서 발생한다. 노심융용이 일어나면 방사능 물질이 외부로 방출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