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 쿡 애플 CEO가 혼합현실 헤드셋 비전프로 출시를 기념해 2월2일 미국 뉴욕 맨해튼 애플스토어를 방문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진정한 '전성기'는 올해부터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애플이 막대한 현금을 활용해 인공지능 관련 투자에 속도를 내며 대량의 GPU(그래픽처리장치)를 사들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4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부터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메타 등 다른 빅테크 기업과 인공지능 반도체 물량 확보를 위한 경쟁을 앞두고 있다.
애플은 생성형 인공지능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지난 10년 동안 막대한 금액을 들여 오던 전기차 개발 프로젝트를 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 기반의 서비스는 전 세계에 빠르게 대중화되며 스마트폰 등 기기의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애플은 그동안 생성형 인공지능에 적극적으로 투자하지 않았기 때문에 경쟁사를 따라잡기 다급한 처지에 놓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특히 애플이 인공지능 서비스 학습과 운영에 필요한 GPU 확보 물량에서 주요 경쟁사들에 큰 격차로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조사기관 델오로에 따르면 애플이 전 세계에 운영하는 데이터센터 수도 36곳에 불과해 300개 이상을 보유한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에 크게 밀리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 연산은 대부분 데이터센터 기반 클라우드를 통해 이뤄진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가 2023년 데이터센터에 투자한 지출 규모는 애플의 9배 수준이다.
애플이 경쟁력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를 개발해 상용화하려면 GPU 구매와 데이터센터 구축에 막대한 투자를 벌이는 일이 불가피하다.
엔비디아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GPU 기반 인공지능 반도체는 지난해부터 수요 대비 공급이 크게 부족한 상황에 놓여 있다. 고객사들이 제품을 주문하고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수 개월에 이를 정도다.
자연히 엔비디아를 비롯한 관련 반도체기업들은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 급증에 따라 큰 수혜를 보고 있다.
GPU 위탁생산을 담당하는 TSMC와 인공지능 반도체에 쓰이는 HBM(고대역) 메모리를 공급하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도 최근 들어 실적 및 주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애플이 올해부터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를 본격화하기 시작하면 관련 반도체 수요가 더 빠르게 늘어나며 한층 강력한 전성기가 찾아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2023년 말 기준 애플이 보유하고 있는 잉여현금흐름은 1070억 달러(약 142조4673억 원)로 집계됐다. S&P500 지수에 속하는 기업들 가운데 가장 많다.
애플이 전기차 개발에 투자하던 자원을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전환할 정도로 공격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인공지능 반도체 구매와 서버 투자에 상당한 비용을 지출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가 올해 실적 전망치와 인공지능 반도체 생산 목표를 시장 예상보다 훨씬 높게 제시한 점도 애플의 신규 수요를 반영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애플이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를 상용화하기 위해 필요한 GPU 물량 수준을 고려한다면 엔비디아와 사전에 충분한 조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이 상당한 금액을 투자하더라도 생성형 인공지능에서 다른 빅테크 기업을 따라잡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애플의 경쟁사들은 수 년의 시간에 걸쳐 강력한 경쟁력을 구축해 왔다"고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