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와 배터리 '온쇼어링' 쉽지 않다, 공장 건설비용 상승에 부담 커져

▲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오하이오주에 혼다와 건설하고 있는 배터리공장. 2월29일 철골작업을 마무리했으며 올해 연말 완공을 목표하고 있다. < Honda >

[비즈니스포스트]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기업들이 미국 바이든 정부의 ‘온쇼어링’ 전략에도 현지 공장 건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와 배터리 등 제조업 설비 건설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건설 비용이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3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일본 배터리업체 파나소닉의 우메다 히로카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3월에도 미국 내 공장 건설 후보지를 발표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파나소닉은 오클라호마주에 50억 달러(약 6조6534억 원)를 들여 제3 공장 신설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이를 철회하고 다른 후보지를 물색하고 있다.

당초 제3 공장 후보지는 3월 내에 발표할 것으로 예정됐으나 일정이 미뤄질 수 있다는 의미다.

파나소닉은 미국 네바다주에 제1 배터리 생산공장을 운영하며 캔자스주에 제2 공장을 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파나소닉이 공장 부지 확정에 난항을 겪는 이유로는 건설 비용이 대폭 증가했다는 점이 꼽혔다. 

미국 노동부 통계국(BLS)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산업용 건물을 건설하는 비용은 3년 전보다 33%가량 증가했다. 건설에 필요한 주 재료인 철강 가격은 2020년 이후 70%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나소닉 관계자는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비용 증가로 예상보다 빠르게 현금이 소진돼 회사가 북미에 공장을 건설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건설사인 SSOE의 최고경영자(CEO) 빈스 디포피는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기업들이 1년 전만 해도 공장 건설에 적극적이었지만 이제는 발을 빼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을 통해 보조금을 제공하며 글로벌 기업들이 첨단산업 제조설비를 미국에 짓도록 유도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대만 등 아시아의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기업들이 주요 대상이다.

파나소닉이 캔자스주 공장 건설에 확보한 보조금은 주정부 차원에서만 12억7천만 달러(약 1조6880억 원)에 달한다. 연방정부로부터 받는 보조금은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 대만 TSMC도 미국의 보조금 정책에 화답해 현지에 생산설비를 건설하고 있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가 건설 비용이 증가하기 전 시점을 기준으로 지원 예산을 편성한 만큼 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일반건설협회(AGCA)의 수석 경제학자 케네스 사이먼슨은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프로젝트가 취소, 중단, 연기되는 일들을 향후 몇 년 동안 보게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