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이 인수 포기한 HMM, 채권단 산업은행 따라 부산에 둥지 트나

▲ HMM이 산업은행을 따라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할 수 있다는 말이 나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매각이 무산된 HMM이 '부산 이전설'에 휩싸이고 있다.

하림그룹과 매각협상 결렬 이후 재매각이 추진이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채권단이 HMM 본사 이전을 놓고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말이 나온다.
 
모항이 있는 부산에 HMM이 본사를 둬 지역균형발전에 이바지함과 동시에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HMM을 밀착관리를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원매자를 찾고 있는 매각 대상의 본사 이전이 매각에 도움이 되느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28일 부산 지역정치권은 HMM 본사 이전에 대해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부산 지역 정치권은 그동안 HMM 본사의 부산 이전을 줄곧 요구했는데 최근 채권단이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말이 나오면서다. 

본사 이전의 명분은 지역균형발전이다. 

HMM은 1천여 명의 육상직과 600여 명의 해상직이 각각 근무하고 있는데 육상직 대부분이 서울본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본사 이전으로 부산 지역의 세수확대, 고용창출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HMM 본사 이전이 채권단의 ‘밀착 관리’를 위한 포석이라는 시선도 만만찮다. 채권단이 부산에 둥지를 튼다면 HMM의 서울 본사와 소통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서울 본점의 부산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은행의 노조가 반대하지만 산업은행법 상 본점 이전 규정의 수정만을 남겨두고 있다. 해양진흥공사는 부산에 본부를 두고 설립된 기관이다.

특히 해운산업 재건을 목적으로 설립된 해양진흥공사는 HMM의 부산 이전에 적극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국내 유일 원양컨테이너선사인 HMM이 해운산업 재건의 중추이므로 해양진흥공사가 영향력을 놓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해양진흥공사의 이런 태도는 HMM 매각협상 결렬에도 적잖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하림그룹은 입장문을 통해 “실질적 경영권을 담보해 주지 않고 최대주주 지위만 갖도록 하는 거래는 어떤 민간기업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고 매각 측을 애둘러 비판한 바 있다.
 
하림이 인수 포기한 HMM, 채권단 산업은행 따라 부산에 둥지 트나

▲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해 12월1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HMM 본사 이전은 이전에도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은 2023년 12월 인사청문회에서 HMM 본사 부산 이전과 관련한 질의를 받자 “공감한다”며 “부산에 본사를 두지 않은 기업이 많아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알고 있다”고 대답한 바 있다.

하지만 채권단이 HMM을 팔겠다면서 매각 대상 기업의 본사 이전을 추진하는 게 과연 맞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HMM은 매각협상이 결렬되면서 ‘오너십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 신조선 대거 인도, 친환경 규제 시행, 해운동맹 재편 등 해운산업 변혁기에 투자에 과감히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HMM 본사 이전 논의를 총선용 ‘공수표’로 보기도 한다.

부산시는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에 사활을 걸었으나 실패했다. 낙담에 빠진 지역사회를 달래기 위한 당근으로 HMM 본사 이전 카드를 내밀었다는 것이다.

HMM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본사 이전과 관련해 들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