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재 기자 rsj111@businesspost.co.kr2024-02-23 10:2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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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아파트(공동주택) 재건축사업 규제를 완화하면서 사업에 속도를 내는 곳이 늘고 있다. 다만 오피스텔 재건축 소식은 듣기가 어렵다.
재건축사업의 핵심은 사업성이다. 소유주나 조합원들에게 자산가치 상승 등 이익이 돌아가야 하고 사업비용은 일반분양을 통해 채워야 한다. 오피스텔은 이런 조건을 충족하기 만만찮아 추진 자체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 오피스텔 재건축시장이 열릴지 주목된다. 사진은 오피스텔 관련 연합뉴스 자료. <연합뉴스>
23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오피스텔 재건축 수요가 본격화하려면 앞으로 10년가량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든다.
우리나라 오피스텔 역사는 1983년 성지건설이마포 재개발지구에 선보인 성지빌딩을 시작으로 약 40여 년이 흘렀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오피스텔이 공급된 시기는 2000년대 초반부터다. 다시 말해 30년 이상 오피스텔이 많지 않은 까닭에 노후화·안전성 문제에 따른 재건축 수요가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상태로 해석된다. 앞으로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오피스텔 재건축 수요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오피스텔은 건축법상 업무시설로 분류돼 주택법이 아닌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적용된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을 적용받는 재건축·재개발과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
아파트 재건축을 추진하려면 주택 단지 전체 구분소유자의 4분의 3 이상 및 토지면적의 4분의 3 이상의 토지소유자가 동의해야 하고 30년 이상 노후화한 건물이 안전진단을 통과해야 한다.
반면 상업용 건축물의 재건축은 재건축 연한 제한이 없다. 오피스텔도 상업용 건축물에 속하기 때문에 도정법에 따르는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다만 동의율은 오피스텔 소유주 80%로 아파트 재건축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도 2021년 11월11일부터 시행된 건축법 개정안이 통과돼 규제가 완화된 것이다. 애초 100% 동의가 필요해 ‘알박기’ 문제 등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완화된 규제를 적용받아 재건축을 진행하고 있는 곳도 있다.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용산 리버파크와 위너스타워 오피스텔이다.
리버파크와 위너스타워는 2021년 6월 통합 재건축위원회를 구성했고 2022년 5월 소유자의 80% 이상의 동의율을 얻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리버파크 오피스텔은 2008년 준공됐고 위너스타워 오피스텔은 2012년 준공된 건물이다. 아파트처럼 재건축 연한이 적용된다면 재건축을 진행할 수 없는 셈이다.
새 정부 들어 용산 지역 부동산 가치가 상승하고 있는데다 신용산역을 바로 앞에 두고 있는 역세권이라 노후화 문제보다는 소유주들이 자산가치 상승을 기대하고 재건축을 추진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처럼 오피스텔 소유주들도 아파트 소유주들과 마찬가지로 재건축을 통해 자산가치 상승을 노릴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사업을 추진할 만한 사업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피스텔은 2000년대 초 업무지구 지역에 주거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대거 들어섰다. 즉 상업지역에 고층업무용, 상업용 건물들과 지어졌고 용적률을 이미 꽉 채워서 지어졌다.
정부는 노후계획특별도시 대상 재건축 아파트들에게 주거단지에서 준주거 또는 상업지역으로 용도지역을 올려 용적률 혜택을 주고 있다. 이미 상업지역에 위치한 오피스텔은 이런 수혜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
재건축사업은 일반분양을 통해 사업비를 충당하고 조합원들의 부담을 낮출 수 있는데 오피스텔은 사실상 이런 방법이 불가능한 셈이다. 일대일 재건축의 방식으로 진행할 수는 있지만 오피스텔 소유주들의 분담금이 크게 높아진다.
더욱이 오피스텔은 아파트와 비교해 대지지분이 적어 같은 면적 대비 소유주들의 숫자가 많다. 아파트 재건축에서도 조합원 수가 많은 대단지는 이익상충 문제로 갈등이 빚어지는 사례가 많은데 오피스텔은 그런 가능성이 더욱 큰 셈이다.
오피스텔 투자자들이 자산가치 상승보다 안정적 임대수익을 원하는 점도 사업 추진이 어려운 점으로 꼽힌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서울 오피스텔 평균 매매가격은 2018년 1월 2억3천만 원가량에서 2024년 1월 기준 2억9995만 원으로 29% 올랐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같은 기간 6억7613만 원에서 11억9762만 원으로 77% 오른 것과 비교하면 낮은 편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서울 오피스텔의 평균 임대수익률은 4.5% 수준을 보였다. 2024년 1월 기준으로는 4.54%다. 은행 정기예금보다 높은 금리에다가 매매가격 상승이란 자본이득을 취할 수 있어 안정적 성향을 지닌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있다.
오피스텔 가격이 아파트 가격 상승률보다 낮은 이유는 토지에 있다. 주택이나 오피스텔 분양가에는 토지와 건물이 포함된다. 토지 값은 오르지만 건물은 감가상각 요인이 많다.
같은 공급면적이라고 해도 아파트는 공급면적의 절반 가까운 땅을 소유주들이 가져가지만 오피스텔은 10분의 1 정도 소유할 수 있다.
▲ 아크로텔강남역 모습. <네이버 로드뷰>
이런 오피스텔 소유주들이 몇 년 동안 임대수익을 받지 못하는 위험을 안고 자산가치를 올리기 위해 재건축사업을 추진하려 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아파트 재건축보다 오피스텔 재건축에 필요한 동의율이 높은 점을 고려하면 오피스텔 소유주들의 이러한 성향은 재건축 사업 추진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물론 오피스텔 재건축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사업 성공 사례가 없지않다. 국내 최초 오피스텔 재건축을 진행한 아크로텔강남역으로 1988년 준공한 현대골든텔 179실을 2016년 471실로 재건축했다.
현대골든텔은 준공 당시 용적률 500%가 적용돼 낮게 지어졌으나 재건축사업을 통해 용적률이 930%까지 높아졌다. 이에 246세대를 일반분양해 소유주들의 분담금을 줄일 수 있었고 강남역이란 입지 덕에 사업성을 담보할 수 있었다.
2014년 분양가는 1실당 1억9천만~2억3만 원대 수준이었다. 아실에 따르면 계약면적 48.86㎡(전용면적 22.67㎡) 기준 현재 매매가격은 2억3500만 원 정도에 형성돼 있다. 월세는 보증금 1천만~3천만 원에 80만 원 안팎 수준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오피스텔은 재건축을 추진해도 용적률을 높여 일반분양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고 임대수익을 포기할 만큼 자산가치 상승이 일어나기 쉽지 않다”며 “내부수리를 통해 세입자에게 높은 임대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더 이익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