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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카페 소사이어티' 스틸이미지. |
가을엔 로맨스영화가 제격이다.
그런데 최근 극장가에서 로맨스영화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밀정’이나 ‘매그니피센트7’ 같은 대작영화들이 스크린을 점령한 탓이다.
80대 노장 우디 앨런 감독의 로맨스물 ‘카페 소사이어티’의 선전이 돋보이는 이유다.
23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카페 소사이어티는 22일 기준 박스오피스 전체순위에서 7위, 다양성영화 부문 2위에 올랐다.
카페 소사이어티는 14일 개봉해 일주일여 만에 누적관객 8만 명을 향해 달리고 있다.
김지운 감독의 밀정이 680만여 명을 돌파한 것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흥행기록이지만 다양성영화로 보기 드물게 선전하고 있는 셈이다.
로맨스멜로 장르는 전통적으로 가을 시즌에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IPTV 등 영화 유통채널이 다양해지면서 극장가에서 로맨스물을 찾아보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스케일이 작고 스토리 위주이기 때문에 굳이 극장까지 가서 영화를 볼 동인이 줄어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카페 소사이어티의 조용한 흥행은 대작 위주의 영화관람에 지친 관객들도 적지 않다는 반증으로 보인다.
카페 소사이어티는 1930년대 LA와 뉴욕을 배경으로 한 로맨스영화다. 한 여자를 둘러싼 두 남자의 사랑을 그리지만 우디 앨런 감독 특유의 유머와 냉소가 곁들여졌다.
삼촌과 조카 사이인 두 남자가 한 여자에게 빠진다는 극적 설정만 놓고 보면 비극이지만 영화를 보면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각각 운명적 사랑에 빠지면서 코믹한 상황이 이어지고 만남과 헤어짐의 복잡한 과정도 ‘쿨’하지만 미완인 열린 결말로 끝맺는다.
이 영화는 올해 칸 영화제 개막작으로 초청돼 호평을 받았는데 거장 우디 앨런의 힘을 새삼 느끼게 한다. 81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사랑영화를 만들고 수다와 독설로 인간과 인생을 한 발짝 떨어져 관조하게 만든다.
1930년대 헐리우드 사교계의 화려하지만 속물로 가득찬 이면, 미 서부 해변과 뉴욕의 풍광을 보는 즐거움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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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디 앨런 감독. |
‘나우 유 씨 미2’로 국내 팬들에게 친숙한 제시 아이젠버그와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히로인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각각 뉴욕 남자 바비와 할리우드 여자 보니역을 맡아 반가움을 더한다.
우디 앨런의 전작들이 그렇듯이 카페 소사이어티는 사랑 이야기를 다루지만 그 이상의 메시지를 던진다.
인생이란 늘 선택의 연속이며 타이밍 또한 늦거나 빠르고, 그리하여 갈팡질팡하다 결국 자기모순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도 그 중 하나일 게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순간 또 다른 누군가는 배제되기 마련이고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 선택에 대한 후회로 흔들리기도 하는 법이다.
우디 앨런은 바비의 대사를 통해 인생의 아이러니를 이렇게 표현한다.
“인생은 코미디죠. 가학적인 코미디 작가가 쓴 작품이지만.”
이밖에 로맨스장르로 2004년 개봉됐던 정통 멜로 ‘노트북’이 10월19일 재개봉을 앞두고 있고 12년 만에 속편으로 제작된 로맨틱코미디 ‘브리짓존스의 베이비’가 9월 마지막 주에 관객들과 만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