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이 우리은행의 과점주주에 올라도 영업 시너지는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한승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3일 “한화생명이 우리은행의 지분을 사들여 과점주주가 된다고 해도 은행에서 보험상품을 파는 방카슈랑스부문의 영업시너지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파악했다.

  “한화생명, 우리은행 지분 사도 영업시너지 거의 없어"  
▲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
한화생명은 우리은행의 지분매각입찰에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하기로 결정했는데 과점주주가 되면 우리은행의 국내 영업점을 방카슈랑스 영업망으로 활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금융권 일각에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한화생명이 이미 방카슈랑스 영업망을 상당한 규모로 갖추고 있어 우리은행의 과점주주가 된다고 해도 방카슈랑스의 수익비중이 크게 확대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화생명은 상반기에 거둔 초회보험료 1조1450억 원 가운데 70%를 방카슈랑스에서 냈는데 한화생명을 제외한 생명보험사들의 전체 초회보험료에서 방카슈랑스의 비중인 47%를 훌쩍 웃돈다. 초회보험료는 보험에 가입한 고객이 처음으로 납부한 보험료다.

한 연구원은 “한화생명이 국내에서 보장성보험 판매에 집중하고 있는 점까지 감안하면 우리은행 지분을 사도 방카슈랑스부문에서 시너지를 크게 창출하지 못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현행법상 보험회사는 은행 창구에서 개인보장성보험(종신보험, 중증질환보험 등)과 자동차보험을 판매할 수 없으며 저축성보험과 제3보험(질병보험, 상해보험, 간병보험) 등만 팔 수 있다.

한화생명은 올해 1분기 기준으로 보장성보험부문에서 연납화보험료(APE) 2622억 원을 거뒀는데 개인보장성보험이 2447억 원(93.3%)을 차지했다. 연납화보험료는 모든 상품의 보험료 납입기간을 연간기준으로 환산한 것으로 신규 가입자의 수익성을 알아보는 지표로 쓰인다.

한화생명이 우리은행 지분을 사들여 영업시너지를 내려면 장기간에 걸쳐 해외영업을 확대하는 쪽이 될 것으로 한 연구원은 내다봤다.

한 연구원은 “한화생명이 우리은행의 과점주주가 되면 현재 진출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해외거점을 확대하는 데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며 “현지에서 보험영업채널의 저변을 확대하는 데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은 최근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에 1500억 원을 출자하기로 결정하는 등 해외영업을 확대하고 있는데 우리은행이 인도네시아에서 30위권 은행인 우리소다라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6월에 우리소다라은행과 보험상품 판매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국내 금융시장은 상황에 따라 달라져 우리은행 지분을 사들였을 때 영업시너지가 있거나 없다고 당장 판단하기 힘들다”며 “장기적 투자관점에서 우리은행의 성장 가능성과 배당수익에 주목하고 있으며 영업시너지 확대는 부수적인 효과일 뿐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