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건설이 데이터센터 신사업을 더 키운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떠오르는 데이터센터 시장 공략에 나선다.
현대건설은 다양한 유형의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며 기술력을 입증해왔다. 데이터센터 시공은 진입장벽이 높아 새로운 시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20일 현대건설에 따르면 2024년 국내 및 동남아에서 7000억 원 규모의 데이터센터 사업을 수주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데이터센터는 24시간 365일 계속 운영된다. 한국데이터센터에너지효율협회에 따르면 국내 상업용 데이터센터는 △2010년 21개 △2016년 26개 △2020년 32개 △2023년 40개로 늘었고 2027년에는 74개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6월 기준 34개 이상 신규상업용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추진·계획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투자 규모만 14조 원에 이른다.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로봇 등 정보통신기술 발전에 맞춰 데이터센터 규모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동남아 국가에서도 베트남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초 인도네시아가 데이터센터 입지로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수도 이전, 이슬람 테러 등 영향으로 다른 국가로 관심이 옮겨가는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영컨설팅 기업 테크사이리서치(TechSci Research)에 따르면 베트남 데이터센터 시장은 2026년까지 연평균 14.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기업의 디지털전환과 사이버보안법 시행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됐다.
베트남 정부는 2022년 10월부터 자국 내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데이터를 관리해야 한다는 내용의 사이버보안법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 기업 가운데 KT, GS건설, 네이버클라우드, 효성 등이 현지 실사를 통해 데이터센터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굵직한 규모의 데이터센터 시공을 잇따라 따내며 노하우와 기술력을 축적했다.
윤영준 사장은 이를 바탕으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 데이터센터 수주를 넓히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대건설은 지난 1월23일 열린 실적발표회를 통해 “데이터센터 관련 7000억 원 수주 목표를 세우고 동남아 지역 데이터센터 수주를 추진하고 있다”며 “세계 각국이 데이터센터 관련 붐이 일고 있어 시공경험을 바탕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안산 시화공단 국가산단 데이터센터(3700억 원) 사업을 따냈다. 한국대체투자자산운용이 이끄는 캄스퀘어안산데이터센터PFV는 시화산단 안 성곡동 670-4번지 일대에 62.5메가와트(MW)급 데이터센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주선으로 지난해 8월 900억 원의 브릿지론이 조달됐고 올해 8월 착공을 목표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를 사전 임차인으로 확보했고 현대건설은 시공사 겸 PFV 투자자로 참여한다.
이 밖에 현대건설은 네이버 데이터센터, 정부통합전산센터, NH통합 IT센터, 부산글로벌 데이터센터 등 국내 대표적 데이터센터 시공사업을 수주했다. 이는 데이터센터 시공 기술력을 갖추고 있어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현대건설이 2023년 6월23일 준공한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세종 전경. <현대건설> |
특히 지난해 세종시에 준공한 네이버의 ‘각 세종’ 데이터센터가 현대건설의 대표적 데이터센터 시공 실적으로 꼽힌다.
데이터센터 각은 네이버의 두 번째 데이터센터로 총 면적 29만3963㎡, 축구장 41개 규모에 해당하는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로 네이버의 첫 데이터센터 각 춘천보다 6배 큰 규모로 지어졌다.
데이터센터는 컴퓨터 시스템과 통신장비, 저장장치 등이 설치된 시설을 말한다. 안정적 전력공급 및 통신연결, 냉각설비, 보안시스템이 요구돼 일반 건축공사와 비교해 진입장벽이 크다.
이 때문에 데이터센터 시장은 시공 경험이 있는 대형건설사 위주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을 80% 줄일 수 있는 차세대 냉각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GS건설은 데이터센터 운영 자회사인 ‘디씨브릿지’를 2021년 5월 설립해 데이터센터 시공뿐 아니라 운영사업에 진출했다.
SK에코플랜트는 2020년 데이터센터사업 관련 전담조직을 신설한 뒤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 부평 데이터센터 개발을 싱가포르 데이터센터 플랫폼기업 디지털엣지와 함께 추진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데이터센터 시공 관련 기술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진을 견딜 수 있도록 내진설계를 강화했고 진동 전달을 방지하는 면진설계를 데이터센터에 적용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내부온도가 16~24도를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현대건설은 이를 위해 대형 에어컨을 돌리는 대신 외부의 공기를 끌어와 서버의 열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친환경적 시공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윤 사장이 데이터센터 운영사업까지 발을 뻗을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시화 데이터센터사업도 단순 시공을 넘어 지분투자로 영역이 확대된 사례다.
데이터센터 관련 노하우를 쌓아 자체개발 운영까지 하면 사업성은 더욱 높아진다. 데이터센터 운영 부문은 그동안 통신사에서 독점했는데 최근 들어 건설사, 운용사, 사모펀드 등도 뛰어들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수주와 관련해 보안유지가 필수적이라 기밀로 진행돼 수주 가능성이 있는 프로젝트를 밝히기는 어렵다”며 “다만 앞으로 데이터센터 발주가 많이 나올 것을 대비해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