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미약품그룹 경영권을 둘러싸고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사장 형제와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및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 사장 모녀의 분쟁이 격화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으로 여겨지는 한미사이언스 신주발행금지 가처분과 관련한 법적 다툼의 심문 기일이 가까워지고 있는 만큼 시장의 이목도 쏠리고 있다.
▲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임종윤 사장(사진)이 한미사이언스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신청과 관련해 수원지방법원이 21일 심문기일을 연다. |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은 21일 임종윤 사장과 임종훈 사장이 한미사이언스를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과 관련해 심문기일을 연다.
임종윤 사장은 앞서 개인회사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에서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가 이사회에서 경영권 분쟁 가운데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의결한 것과 이번 주식 거래가 사실상 합병임에도 주주총회의 특별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한미사이언스는 그룹 통합 계약 당시는 경영권 분쟁 상황이 아닌 데다 합병 이후에도 독립적으로 경영권이 유지되기 때문에 특별 결의 사항이 아니라고 주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심문기일을 기점으로 법적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법원에서도 한미사이언스가 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는 만큼 빠르게 결론을 지을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서 재판부는 즉시 결론을 내리거나 일정 기간을 거친 이후에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재판부도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가처분 소송은 시간을 길게 끌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한미사이언스가 3월 주총에서도 일부 안건에 대해 표대결을 앞두고 있는 만큼 법원도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빠르게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임종윤 사장측과 한미사이언스는 여론전에서도 수위를 높이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날 임종윤 사장은 한미사이언스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지 않아 주주의 권익이 무시됐다고 주장하자 한미사이언스는 바로 허위사실이라며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뿐 아니라 임종윤 사장은 어머니인
송영숙 회장과 특수관계로 볼 수 없다며 앞으로 연명보고를 하지 않는다고 공시하면서 양측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물론 법원이 한미사이언스 신주발행과 관련해 결론을 내더라도 3월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이 벌어질 가능성은 크지만 무게감이 다를 수 있다.
임종윤 사장과 임종훈 사장은 2월 초 한미사이언스에 자신들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등의 주주제안을 한 상태다.
▲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왼쪽)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최고전략책임자(CSO) 사장. |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해도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종윤 사장과 임종훈 사장 등의 지주사 이사회 진출 여부가 표대결로 결정된다.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만큼 OCI홀딩스가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는 있지만 임종윤 사장과 임종훈 사장이 이사회에 진입하면 통합 과정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이뿐 아니라 만약 임종윤 사장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경우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구성되는 이사회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경영권 분쟁이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큰 셈이다.
현재 임종윤 임종훈 형제 측의 지분으로 분류되는 규모는 2024년 2월2일 기준으로 25.05%로 추산됐다. 임종윤 사장이 보유한 12.12%와 임종훈 사장이 7.2%를 포함해 자녀들의 지분 및 임종윤 사장의 개인회사의 지분을 모두 더한 수준이다.
반면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 측 지분으로 분류되는 규모는 32.23%에 이른다.
송영숙 회장이 12.56%, 임주현 사장이 7.29%를 보유한 것 이외에 임성기 선대회장의 친가 쪽과 재단 지분을 모두 포함한 규모다.
모녀인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의 지분이 7.18% 정도 많은 수준이지만 재단 지분을 제외하면 24.33%까지 줄어들게 되면서 오히려 형제인 임종윤 임종훈 측 지분이 더 많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캐스팅보트로 여겨지는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12.1%)과 국민연금(7.3%) 등의 행보가 중요해진다.
특히 신동국 회장은 올해 언론과 인터뷰 등을 통해 중립 입장을 표명했지만 앞으로 상황은 그가 어디에 힘을 실어주느냐에 따라 무게추가 한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크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신 회장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긴 하지만 신중한 성격인 만큼 자신의 지분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손을 들어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