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반도체공장 핵심 생산거점으로 일본 키운다, 미국·독일보다 조건 유리

▲ TSMC의 일본 반도체 파운드리공장이 미국과 독일보다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어 중요한 생산거점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TSMC 반도체 생산공정 홍보용 사진. < TSMC >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일본에 건설을 확정한 파운드리 공장 2곳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에 핵심 생산거점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TSMC의 해외 공장이 신설되는 미국이나 독일과 비교해 일본의 인건비가 싸고 정부 차원에서도 가장 적극적인 지원 의지를 보이고 있어 가장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대만 CNA는 14일 “TSMC가 일본 반도체 생산공장 가동을 올해 4분기로 앞두고 있다”며 “TSMC에 중요한 반도체 생산거점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TSMC는 24일 일본 구마모토 제1 반도체공장 개소식을 개최한다. 장비 반입 등 추가 절차가 마무리되면 연말부터 공장 가동을 시작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최근 구마모토에 두 번째 파운드리 생산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도 확정됐다. TSMC가 일본에 반도체 시설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는 것이다.

TSMC의 일본 파운드리 투자 계획은 2021년 11월에 확정됐다. 미국 애리조나 반도체 공장 건설은 2020년 5월에 결정됐는데 약 1년 반 늦게 진행됐다.

미국 공장 가동 시기는 2025년으로 미뤄진 반면 일본 반도체 생산설비 가동은 계획대로 올해 안에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유력한 상황이다.

CNA는 대만 산업기술연구원(ITRI) 연구원의 분석을 인용해 TSMC 일본 공장이 더 일찍 생산체계를 갖추게 된 데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가 미국보다 더 적극적으로 TSMC에 투자 보조금을 약속했고 현지 공급망과 인력 수급 상황, 공장 가동에 필요한 비용이 모두 미국보다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TSMC는 구마모토 제1 공장 건설을 위해 소니와 덴소 등 현지 고객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이를 통해 비용 부담을 덜었고 일본 정부도 전체 투자금의 절반 정도를 지원한다.

ITRI 연구원은 TSMC가 이를 통해 시설 투자에 속도를 냈고 일본의 우수한 반도체 장비 및 소재 공급망을 기반으로 충분한 인프라도 갖출 수 있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 이외에 독일에도 현지 고객사와 합작법인 형태로 공장 신설을 결정했다.

그러나 미국에는 반도체 소재 공급망이 부족하고 독일에는 장비 공급망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라 반도체 생산공장 가동 시기가 상대적으로 늦어질 수밖에 없다.
 
TSMC 반도체공장 핵심 생산거점으로 일본 키운다, 미국·독일보다 조건 유리

▲ TSMC 미국 애리조나 반도체공장 건설 현장 사진. < TSMC >

ITRI 연구원은 일본의 인건비가 미국이나 독일과 비교하면 저렴하다는 것도 TSMC가 신규 공장 건설을 결정하고 투자를 확대하기 유리한 조건에 해당한다고 바라봤다.

TSMC가 기존에 대부분의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던 대만이나 중국 대신 다른 국가에 생산 투자를 벌이는 일은 고객사의 입장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과 대만의 지정학적 갈등을 우려한 TSMC의 글로벌 고객사들이 다른 지역에서 생산되는 반도체를 선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과정에서 미국과 독일 공장은 불투명한 현지 정부 지원과 공급망 인프라 부족, 인건비 부담 등 문제를 안고 있어 투자 과정에서 많은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반면 일본 정부는 TSMC의 제2 반도체 공장에도 이미 대규모 지원을 약속하는 등 투자 유치에 가장 활발하게 나서고 있다.

ITRI 연구원은 “TSMC가 대만 이외에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려면 현지 정부의 지원 정책이 필수적”이라며 “일본 정부의 발빠른 대응이 TSMC의 투자 확대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다만 일본은 미국이나 독일과 비교해 현지 고객사 기반이 탄탄하지 않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ITRI 연구원은 TSMC가 일본 공장에서 생산하는 반도체를 미국과 유럽 등 다른 지역으로 수출하게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바라봤다.

일본 구마모토 공장이 결국 TSMC의 글로벌 반도체 공급에 중요한 생산거점으로 거듭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TSMC는 올해 가동을 시작하는 제1 공장에 12나노~28나노 사이의 비교적 오래된 반도체 공정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주로 자동차용 반도체 생산을 위한 목적이다.

그러나 2027년 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두고 있는 제2 공장에는 7나노 이하 미세공정 반도체가 생산되며 품목도 전자제품용 반도체, 슈퍼컴퓨터용 반도체 등으로 다양화된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