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충전사업과 탄소배출권 수입 쏠쏠, 전기차 판매 외 사업 중요성 커진다

▲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뱅크에 설치된 테슬라의 슈퍼차저 설비에서 한 전기차가 1월16일 충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자동차 시장 3대 제조사 모두가 테슬라의 전기차 충전 규격을 채택하면서 충전 사업이 테슬라 매출에 크게 보탬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와 치열해진 경쟁 속에 충전 등 기타 사업이 테슬라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에 2조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탄소배출권 사업도 향후 테슬라의 실적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12일(현지시각)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렉에 따르면 완성차업체 스텔란티스는 2026년 북미에서 출시되는 일부 전기차에 테슬라가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충전 커넥터를 장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포드와 GM에 이어 스텔란티스까지 합류하면서 테슬라의 충전료 수입 기반은 더욱 탄탄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포드와 GM은 각각 지난해 5월, 6월에 테슬라의 충전 설비를 2024년부터 이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한 적 있다.  

테슬라의 ‘서비스 및 기타 사업’ 매출은 충전 사업 등의 성장에 힘입어 2023년에 37% 가까이 증가했는데 이 수치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투자은행 파이퍼샌들러는 테슬라가 2024년부터 2032년까지 다른 기업들로부터 충전 매출로 54억 달러(약 7조1700억 원)를 확보할 것이라는 추정치를 내놓았다. 연 평균 6억 달러의 추가 추입이 생긴다는 예상이다.  

2023년 기준 테슬라의 충전 사업 비중은 연간 매출 967억7천만 달러(약 128조6220억 원) 가운데 1% 미만을 차지해 낮은 상태이지만 다른 기업들의 사용이 본격화되면 비율이 높아질 수 있다.

북미 전기차 충전 시장에서 테슬라는 이미 지배적 사업자가 됐다.

일렉트렉은 “테슬라의 충전소망은 북미에서 2위 업체와 큰 차이를 보이며 최고의 충전 네트워크로 인정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에너지전문 조사기관 우드맥킨지는 미국 전역에 설치된 3만4천여 개의 급속 충전설비 가운데 60%가 테슬라 소유라고 집계했다. 

이에 테슬라에 충전사업과 같은 차량 판매 외 사업들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질 가능성이 높다. 

고금리로 전기차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 BYD(비야디)와 같은 경쟁 업체들이 테슬라를 빠르게 추격해 차량 판매만으로는 매출 성장세가 유지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1월24일 콘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차량 판매량 증가율은 2023년에 달성한 수치보다 현저히 낮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테슬라 충전사업과 탄소배출권 수입 쏠쏠, 전기차 판매 외 사업 중요성 커진다

▲ 테슬라는 2022년 임팩트 보고서에서 자사 고객들이 전기차 사용 등을 통해 한 해 동안 모두 1340만 미터톤의 이산화탄소(CO2) 배출을 방지했다고 소개했다. < Tesla > 

테슬라 실적에 보탬이 되는 또 다른 사업은 탄소배출권 판매다. 

블룸버그의 9일자 보도에 따르면 테슬라는 2023년 한 해 동안 17억9천만 달러(약 2조3790억 원)의 규제형 탄소배출권(regulatory credits) 매출을 기록했다. 

규제형 탄소배출권은 일종의 환경부담금(탄소배출권)으로 기업들 사이에 거래할 수 있다. 

미국 환경 당국은 완성차 업체들로 하여금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차 판매 비중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도록 규제한다. 이 기준에 못 미친 기업은 다른 회사로부터 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기준을 충족한 테슬라가 이를 다른 기업들에 판매해 2조 원을 상회하는 매출을 거둔 것이다. 

배출권을 구매하는 주요 업체는 중국이나 유럽연합(EU) 그리고 미국의 차량 제조업체인 것으로 파악된다. 

테슬라의 탄소배출권 누적 매출액은 2009년부터 작년까지 89억2천만 달러(약 11조8435억 원)다.

최근 수 년 동안 매출 성장세도 가파르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4년 동안 테슬라는 매년 배출권 판매로 15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냈다. 2017년과 2018년 각각 4억 달러와 6억 달러에 그쳤던 것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탄소배출권 판매는 전기차 사업과 비교해 경쟁이 덜한 부문이라 향후 성장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완성차 기업들이 전기차 수요 둔화에 맞춰 투자를 연기하거나 축소해 테슬라로부터 배출권을 구입해야 할 필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탄소배출권 가격이 각국 시장에서 상승한다는 점도 전기차만 만드는 테슬라가 배출권 매출을 늘리는 데 긍정적인 요소다. 

시장조사기관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의 작년 탄소 배출권 거래가격은 오름세를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2023년 글로벌 탄소 시장의 전체 가치도 전년보다 2% 확대됐다. 

탄소배출권은 판매에 따른 추가 비용이 들지 않아 수익성 개선에 다른 항목들보다 더욱 보탬이 된다는 점도 장점이다. 

블룸버그는 “탄소배출권은 판매에 따른 추가 비용이 거의 들지 않으므로 매출이 사실상 순수익”이라며 “성장할 여지가 더 있다”고 덧붙였다. 

전기차 판매를 늘리기 위해 가격 인하와 같은 출혈 경쟁이 불가피한 테슬라로서는 충전과 배출권 사업을 안정적인 수익 공급원으로 계속 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렉트렉은 스텔란티스가 BMW와 현대차, 메르세데스-벤츠 등 업체들과 협업해 세운 충전 네트워크인 이오나(IONNA)에도 투자할 것임을 함께 짚어 테슬라의 충전 사업에 경쟁자가 등장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