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팬오션이 HMM 인수 리스크에서 벗어났다.

HMM 인수가 무산되면서 막대한 인수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팬오션이 미래투자 재원을 인수에 쏟아부을 것이란 우려도 해소되고 있다.    
 
HMM 인수 관련 유상증자 리스크 떨쳐낸 팬오션, 실적 부진도 벗어날까

▲ 팬오션과 HMM이 각자의 길을 가게됐다. 팬오션은 HMM 인수자금 조달을 위한 대규모 증자 우려에서 벗어났다.


다만 지난해 실적이 주춤했던 팬오션의 올해 사업전망은 안개 속이다. 건화물선 운임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형성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중국 경기회복 여부와 친환경 규제 시행이 변수가 될 수 있어서다. 

8일 증권가의 팬오션 분석을 종합해 보면  대규모 유상증자 우려가 해소되면서 주가는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올해 실적은 낙관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앞서 증권업계는 하림그룹이 HMM 인수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팬오션의 △대규모 유상증자 △영구채 발행 △자산 매각 등을 검토한다고 알려지자 부정적인 시각을 보여왔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2월 “건화물 시장 반등을 대비해 벌크 운송기재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매출 레버리지 효과를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한 팬오션의 투자포인트는 약해졌다”며 “현금유동성을 업황이 내리막길인 컨테이너 선사의 인수에 활용할 예정이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HMM 인수가 무산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사는 팬오션의 올해 사업 전망으로 옮겨가고 있다. HMM 인수 리스크와 별개로 지난해 팬오션은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기 때문이다. 

2023년 건화물 시장은 △중국의 부동산 경기 침체 심화 △글로벌 체선 감소 △실질 선대 공급 증가 등의 수급 악화요인이 많았다. 연평균 발틱해운운임지수(BDI)는 1373포인트로 2022년보다 29% 하락했다.
 
운임하락에 직격탄을 맞은 팬오션은 지난해 실적이 좋지 않았다. 2023년 연결기준 매출은 4조3610억 원, 영업이익 3859억 원을 각각 기록했는데 매출은 32.1%, 영업이익은 51.1% 각각 줄어든 것이다. 

눈에 띄는 점은 9월과 11월 2차례의 걸친 건화물선 운임급등에도 불구하고 4분기 영업이익이 하락했다는 것이다. 증권업계는 팬오션의 보수적 운용기조가 수익 개선을 제한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8일 “4분기 실적의 자세한 세부내역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벌크사업부문의 실적이 기대를 밑돈 것으로 판단한다”며 “시황 회복 가능성을 낮게 전망한 팬오션이 4분기 계약을 미리 확정하면서 수익성 개선이 나타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팬오션은 시황의 안정적인 상승세를 확인한 뒤에 선대를 확대하는 보수적인 운용기조를 가지고 있다. 지난해 9월과 11월의 건화물선 운임상승을 일시적인 것으로 파악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팬오션의 보수적 선박 운영정책이 단기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되지는 않겠으나 2024년 이후까지 내다봤을 때는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인다”며 “해운사는 시황변동에 대한 손익 노출을 줄이고 저원가 선박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노리는게 바람직하다”고 봤다.

벌크선 업황은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선대공급 증가 및 낮은 체선 수준의 고착화로 인해 2024년에도 건화물선 운임상승은 다소 제한되겠다”며 “2025년부터 운임이 회복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물론 변수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탄소집약도지수의 시행과 중국의 경기회복은 건화물선 업황 개선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국제해사기구는 올해 2분기 중 각 선사의 선박마다 탄소집약도지수(CII) 등급을 부여할 예정이다. 탄소배출 효율이 낮은 선박은 운항이 제한되는데 이로 인해 선복량 공급이 감소하는 효과가 예상된다.
 
HMM 인수 관련 유상증자 리스크 떨쳐낸 팬오션, 실적 부진도 벗어날까

▲ 팬오션은 사업다각화를 위해 벌크선 이외에도 컨테이너선, 탱커선, 곡물거래 사업 등을 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팬오션의 LNG벙커링선 뉴프론티어2호의 명명식 현장. <팬오션>


이재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024년 4월 탄소집약도지수 등급 발표와 2024년 하반기 중국 주거용 부동산/인프라 신규 착공 반등 이후 이어질 건화물선 운임 상승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벌크선 이외의 사업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팬오션은 사업다각화의 일환으로 컨테이너선 부문, 탱커선 부문, 곡물거래 사업부문 등을 거느리고 있다.
 
컨테이너선 부문은 2023년 운임하락으로 3분기 적자로 전환됐지만 지난해 12월부터 홍해발 리스크로 운임이 상승국면에 있다. 탱커선 부문도 올해 저조한 신조선 인도와 톤마일 수 증가에 따라 운임 강세가 예상됐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팬오션은 기존 주력 사업인 벌크선 사업에 집중하면서 2024년부터 도입될 LNG선 선대 확장 및 LNG 관련 사업 영역 확대를 통해 이익 창출력 제고에 주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