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국 하림의 HMM 인수 실패, 옛 한화 사례처럼 ‘전화위복’ 될까

▲ 하림의 HMM 인수 실패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HMM 인수에 최종 실패한 것을 놓고 오히려 잘 된 일일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화그룹이 과거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인수를 포기했지만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라는 평가를 받았던 것처럼 시간이 흐르면 HMM을 포기한 것이 하림그룹에 나쁘지 않았던 선택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7일 재계에 따르면 하림그룹의 HMM 인수가 무산되면서 하림그룹은 강력한 유감의 뜻 내놨지만 나쁜 결과라고 보기만은 어렵다는 평가도 만만치 않다.

하림그룹이 HMM 인수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가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적극적 베팅 덕분이었다.
 
김홍국 하림의 HMM 인수 실패, 옛 한화 사례처럼 ‘전화위복’ 될까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사진)의 HMM 인수 실패를 놓고 오히려 다행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하림그룹은 지난해 11월 진행된 HMM 매각 본입찰에서 인수 희망 금액으로 약 6조4천억 원을 써냈다. 애초 인수 금액이 10조 원대까지 거론됐던 것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지만 역대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이라는 점에서 공격적 베팅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하림그룹은 자금조달 계획에 문제가 없으며 해운 계열사 팬오션과 시너지를 내면 HMM 인수에 쏟는 금액이 결코 무리하지 않다는 주장을 폈다. 김홍국 회장이 평소 해운업 진출을 항상 탐내했다는 점이 이런 적극적 모습의 배경으로 꼽혔다.

하지만 시장에는 온도차도 있었다. 

우선 외부에서 자금을 대거 빌려가면서까지 인수해야만 하는 매물인지를 놓고 이견이 많았다. HMM 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영구채의 주식 전환을 강하게 주장하면서 하림그룹이 경영권을 온전히 쥐고 갈 수 없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됐다.

결과적으로 하림그룹이 HMM 인수에 실패하면서 이런 의구심도 모두 없던 일이 됐다. 그동안 하림그룹을 흔들었던 재무 체력 약화 가능성도 모두 사라졌다.

이에 HMM의 인수 무산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오히려 하림그룹에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시선도 일각에서 나온다. 과거 한화그룹이 대우조선인수 인수를 포기했던 것이 오히려 성공 사례로 평가받았던 사례가 이런 시선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2008년 8월부터 진행된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당시 포스코그룹과 GS그룹, 현대중공업 등이 모두 눈독을 들여 초기부터 4파전으로 경쟁 구도가 형성됐을 정도로 대우조선해양은 당시 최고의 매물이었다.

이 가운데서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가장 적극적 의지를 보였던 곳은 바로 한화그룹이었다.

조선업 경험이 전무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의 군용 특수선 건조 능력을 높게 샀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의 주력사업인 방산사업과 시너지를 낼 만한 여지가 많다는 이유를 거론하기도 했다.

한화그룹이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대우조선해양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공격적 베팅 덕분이었다. 당신 한화그룹은 본입찰에서 6조3천억 원을 불러 경쟁자들을 따돌렸다.

하지만 한화그룹의 인수 의지는 오래 가지 못했다.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2008년 10월 말 이후 약 석 달 만인 2009년 1월 스스로 인수를 포기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이유는 글로벌 금융위기였다. 한화그룹은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자 대우조선해양 매각 주체인 한국산업은행에 거래 조건 변경 등을 제안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한화그룹이 인수 이행보증금으로 낸 3천억 원을 몰취 당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결국 인수협상 결렬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들이다.

하지만 한화그룹의 이런 결정은 훗날 대우조선해양이 심각한 경영불능 상태에 빠진 뒤 재평가받기 시작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3년부터 대규모 적자를 내기 시작했다. 2015년까지 3년 연속으로 낸 적자 규모만 모두 4조4500억 원 규모였다. 무리한 수주와 해양플랜트에서의 대규모 손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대우조선해양은 외적으로도 힘든 시기를 보냈다. 2016년 말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이 터지면서 이미 내부적으로 상당한 문제를 안고 있던 회사라는 사실이 추가적으로 드러났다.

2010년 초 대우조선해양을 이끌었던 전직 대표이사 사장이 주도해 분식회계 사건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산업은행 우산 아래 있던 대우조선해양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았다는 분석이 쏟아져 나왔다.
 
김홍국 하림의 HMM 인수 실패, 옛 한화 사례처럼 ‘전화위복’ 될까

▲ 한화그룹은 과거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기했지만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었다는 재평가를 받았다. 사진은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 전경. <한화>


급기야 대우조선해양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지시를 받아 2008년부터 2016년 1분기까지의 사업보고서와 분기보고서를 한꺼번에 정정하는 초유의 일도 겪었다.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포기가 오히려 한화그룹에게 큰 득이 됐다는 평가는 자연스럽게 따라나올 수밖에 없었다.

인수 포기 14년 만인 2022년 말 대우조선해양을 결국 품에 안게 된 것도 재평가 대상이었다. 14년 전과 비교해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가격인 2조 원에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서 한화그룹의 선택에는 운이 많이 따랐다는 말들이 돌았다.

이런 사례를 감안해보면 하림그룹이 HMM 인수를 못 하게 된 것이 꼭 손해만은 아닐 수 있다고 볼 여지도 충분하다. 

애초부터 하림그룹의 HMM 인수 도전을 놓고 다소 무리라는 평가가 많았다.

하림그룹은 자금조달 계획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외부에서 차입해야 하는 금액이 적지 않았고 계열사에도 재무적 부담을 준다는 측면에서 무리수를 던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분명 있었다.

HMM이 코로나19 시기 큰 호황을 누린 것은 사실이지만 경기순환 업종이라는 특성상 향후 어려운 시기를 다시 겪게 되면 하림그룹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