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전방십자인대 파열로 수술을 받고 병실에 누워 있다. 2023년 11월4일 자신의 공식 인스타그램에 공개한 사진을 갈무리. <마크 저커버그 인스타그램> |
[비즈니스포스트] 메타와 테슬라에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일부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고경영자가 몸을 돌보지 않고 취미생활을 하거나 심지어 불법 약물을 투약했다는 의혹까지 받다 보니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4일(현지시각) 경제전문지 포천에 따르면 메타의 투자자들은 마크 저커버그 CEO의 취미생활이 회사 경영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두고 진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미국 로펌인 폴시네리의 브라이언 웨트스호프 변호사는 포천을 통해 “경영진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는 것이 합리적인 투자자들에게 중요하지 않을까?”라고 반문하며 저커버그의 활동이 투자자들에게는 리스크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저커버그가 이종격투기(MMA)를 즐기고 있다 보니 부상을 당할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실제로 저커버그는 MMA 시합을 앞두고 훈련을 하던 도중 전방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당해 2023년 11월에 무릎 수술을 받았다.
당시 그는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몸을 회복한 다음에 MMA 훈련을 계속 하고 싶다”고 말했다.
부상으로 경영상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보니 투자자들로서는 사업에 악영향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메타 또한 이 문제를 간과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메타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한 2023년 연례 사업보고서(10-K)에는 “저커버그가 심각한 부상이나 사망의 위험을 수반하는 격투기, 익스트림 스포츠에 참여하고 있다”는 내용이 확인된다.
이어 “그가 어떤 이유로든 자리를 비운다면 회사 운영에 중대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CEO 리스크를 알리는 문구도 명시해 투자자들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CEO 리스크는 최고경영자나 대주주 또는 기업 회장 등 개인의 잘못된 판단이나 불법행위로 기업에 주가하락과 같은 경제적 악영향이 미치는 상황을 뜻한다.
CEO 리스크가 기업 주가와 직접 인과관계를 형성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회사의 이미지가 나빠지면서 투자자들로 하여금 투자를 중단하게끔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다.
▲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2018년 9월6일 코미디언 조 로건의 팟캐스트에 출연해 대마초를 흡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
최고경영자 개인의 활동으로 투자자들에게 우려를 사고 있는 기업은 메타만이 아니다.
테슬라 또한 일론 머스크 CEO가 마약을 복용해 왔다는 내부 폭로가 나오면서 CEO 리스크가 갈수록 커지는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의 3일자 단독 보도에 따르면 머스크는 테슬라의 전현직 이사들과 함께 파티를 즐기면서 마약을 복용했으며 마약을 복용하라고 주변 인물들에게 강제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구체적인 파티 장소도 지목됐다. 머스크가 최근 몇 년 동안 텍사스주 ‘오스틴 프로퍼 호텔’이다.
머스크는 이곳에서 열린 사교 모임에 참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가 여기에서 수차례 환락을 목적으로 전신마취용 물질인 케타민을 복용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머스크측은 처방전을 받아 케타민을 복용한다며 반박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머스크와 친밀한 취재원의 발언을 인용해 “테슬라의 일부 이사들마저 이와 같은 머스크의 행동이 막대한 규모의 투자금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까 걱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머스크가 거느리는 기업 6곳(테슬라, 스페이스X, Xai, 뉴럴링크, 보링컴퍼니, X(구 트위터))에 투자된 금액은 모두 8천억 달러(약 1066조 원)에 달한다.
일론 머스크의 마약 혐의 때문에 테슬라가 CEO 리스크를 겪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머스크는 현지시각으로 2018년 9월6일 비평가 겸 코미디언 조 로건이 진행하는 비디오 스트리밍 팟캐스트에 출연해 대마초를 한 모금 피웠다.
녹화는 대마 흡연이 합법인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이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녹화 다음날인 7일 테슬라의 주가는 2018년 연중 최저치로 폭락했다.
CEO 리스크가 기업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던 전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2024년에 다시 마약 혐의가 불거진 셈이다.
머스크의 변호사는 “(스페이스X가 국가 기관인 미 항공우주국(NASA)의 계약업체이다 보니 머스크 또한 정기적으로 무작위로 약물 검사를 받고 있으며 한 번도 검사에 불합격한 적이 없다”고 반박 의견을 전했다.
메타와 테슬라 모두 CEO 리스크가 주가에 잠재적 악재로 꼽혀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우는 만큼 제도적으로 명확한 의사결정 절차와 책임 여부를 보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