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재 기자 rsj111@businesspost.co.kr2024-01-31 10:3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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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신반포, 한남뉴타운, 압구정 등 서울 한강변 ‘알짜’ 위치에 도시정비 수주전이 열린다.
주택시장이 얼어붙고 있지만 고급 주거단지 인기는 여전하다. 대형건설사들은 하이엔드를 넘는 하이퍼엔드 주거문화를 내세워 조합원들의 마음을 얻는 전략을 펼 것으로 보인다.
▲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은 '에테르노 청담'. <현대건설>
29일 도시정비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대형건설사들이 한강변 도시정비사업 수주를 위한 물밑작업이 한창이다.
대표적 한강변 사업으로 신반포2(2050세대)·12(432세대)·16(468세대)·27차(210세대) 재건축조합이 올해 상반기 시공사 선정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신반포2차는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이 노리고 있다. 신반포12차는 롯데건설이 가장 적극적으로 수주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반포16차는 대우건설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반포 27차는 앞서 22일 유찰됐지만 SK에코플랜트가 적극 수주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웠다.
주인을 찾지 못한 한남뉴타운 정비사업도 이미 경쟁구도가 치열하다. 한남4구역(2331세대)를 두고는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맞불을 공산이 크다. 또한 한남뉴타운에 깃발을 세우지 못한 삼성물산 건설부문, GS건설도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남4구역 재개발 조합은 지난해 12월 시공사 조기선정과 적정공사비 산정 등을 위해 한미글로벌을 건설사업관리(CM)으로 선정했다. 올해 상반기 시공사 선정이 예상된다.
한남5구역(2560세대)을 두고도 DL이앤씨, 삼성물산 건설부문, GS건설이 수주를 검토하고 있고 역시 올해 상반기 시공사를 선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강변 정비사업 수주는 단순히 사업성뿐 아니라 미래 자산으로 역할이 기대되는 만큼 격전지가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강남권뿐 아니라 한강권을 따라 구축되는 아파트는 앞으로 몇십년 동안 주택 브랜드 가치를 높여 회사 발전을 위한 큰 자산이 될 것이다”며 “주택경기가 좋지 않지만 당장 착공을 하는 것도 아니고 큰 호흡을 위해 정비사업을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고가 주택임에도 한강변 단지들의 분양성과가 양호한 만큼 부동산시장 업황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6일 진행한 포제스한강 1순위 106세대 모집에는 646명이 신청해 6.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포제스한강은 소규모 고급빌라가 아닌 지자체 분양승인 대상 아파트에서 처음으로 3.3㎡당 분양가격이 1억 원이 넘어 주목을 받은 곳이다. 광진구 광진동에 위치했고 이름에도 한강이 들어갈 정도로 한강변의 입지를 강조했다.
개발사업은 부동산회사 엠디엠플러스가 추진하고 시공은 DL이앤씨가 맡았다. DL이앤씨는 한강변 정비사업 수주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만큼 포제스한강 시공실적을 앞세우는 전략을 펼 가능성이 떠오른다.
현대건설도 한강변 재건축사업 수주에 공을 들이고 있는 대표 건설사로 꼽힌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2월27일 조직개편을 단행해 도시정비영업실 아래 ‘압구정 태스크포스(TFT)’를 신설했다. 전사 차원에서 압구정 재건축사업을 수주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압구정 아파트 지구는 총 6개 구역으로 나눠 재건축사업을 진행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1구역(1233세대), 2구역(1924세대), 3구역(3946세대), 4구역(1341세대), 5구역(1232세대), 6구역(672세대) 등이다.
2~5구역이 정비계획 수립단계에 있어 도시정비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 시공사 선정 절차가 진행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강변 도시정비 수주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하이엔드를 넘어 하이퍼엔드 수준의 대결이 될 가능성도 떠오른다. 이미 현대건설은 여의도 한양아파트를 수주하기 위해 ‘하이퍼엔드’ 주거공간을 언급했다.
현대건설은 한양아파트 주민들에게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한 ‘디에이치 여의도퍼스트’를 제안했는데 하이엔드를 뛰어넘는 하이퍼엔드 주거가치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시공하는 반포 '더 팰리스 73' 조감도. <더랜드>
하이퍼엔드 주거상품은 특별한 주거공간이란 가치를 통해 자신의 입지와 위상을 증명하고 싶어하는 자산가들이 선택하는 집을 뜻하는 것으로 트로피 하우스라고도 불린다. 하이엔드 브랜드를 뛰어넘는 주택 브랜드로 평가받는다.
현대건설도 한강변에 고급주거단지를 시공한 경험을 갖고 있다. 모든 세대 북쪽으로 한강조망이 가능한 ‘에테르노 청담’을 지난해 12월 준공해 입주가 진행되고 있다. 가수 겸 배우 아이유씨가 130억 원에 분양을 받아 유명세를 탄 곳이다.
이와 함께 2024년 6월 완공을 목표로 용산구 서빙고동에 아페르 한강을 짓고 있다. 일부 저층을 제외하고 대부분 한강 조망을 할 수 있고 건축가 유현준 홍익대 교수가 직접 설계해 실소유로 입주할 아파트로 전해졌다.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반포동 일대에 35층 규모 하이퍼엔드 주거시설 ‘더 팰리스 73’을 짓고 있다. 분양가는 세대 면적에 따라 120억 원에서 최대 40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됐다.
건설사들이 한강변에 이미 지어놓은 고급 주거시설 실적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한강변 정비사업 수주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 대목이다.
앞서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은 각각 '한남더힐'과 '나인원한남'을 지은 건설사라는 점을 강조해 한남2구역 재개발사업을 두고 치열한 수주전을 펼치기도 했다. 랜드마크에 위치한 고급 주거단지가 도시정비시장에서 활용도 높은 마케팅 수단으로 쓰이는 셈이다.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는 “각 건설사 하이엔드 브랜드 가치가 높지만 2015년 처음 한강변 수주를 위해 등장했을 때보다 가치가 다소 낮아졌다고 본다”며 “신반포, 한남뉴타운, 압구정 등 정비사업 수주지에 하이엔드 브랜드가 당연히 나오겠지만 설계와 마감재 등에서 한층 차별화를 둘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