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샘 올트먼 TSMC 삼성전자 이어 인텔 만난다, 파운드리 협력 '저울질'

▲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삼성전자와 TSMC, 인텔 등 첨단 미세공정 기술을 보유한 파운드리 업체와 모두 인공지능 반도체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사진은 2023년 6월5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에서 열린 대담회에 참석한 올트먼.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대만 TSMC 및 삼성전자와 협력을 논의한 데 이어 인텔 파운드리 설명회에 참석하며 인공지능(AI) 반도체사업 진출 계획에 힘을 싣는다.

삼성전자가 샘 올트먼과 반도체 위탁생산 분야 협력을 낙관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이고 있지만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분야에서 협업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31일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샘 올트먼이 ‘다이렉트커넥트’ 행사에 참석하게 되어 기쁘다”며 “인텔 파운드리에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인텔은 2월21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파운드리사업 설명회 'IFS(인텔파운드리서비스) 다이렉트커넥트'를 개최한다.

이 행사를 통해 2025년부터 도입할 차기 미세공정 기술과 주요 반도체 고객사 명단, 중장기 투자 및 사업계획 등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트먼이 인텔 파운드리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별도 회사를 설립해 인공지능 반도체사업에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픈AI는 현재 주요 인공지능 서비스인 ‘챗GPT’ 구동에 엔비디아 반도체를 활용하고 있는데 대량의 인공지능 서버 및 슈퍼컴퓨터를 구축해야 하는 만큼 비용이 상당하다.

이를 직접 설계해 외부 협력사에 위탁생산을 맡긴다면 금전적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올트먼은 최근 TSMC 경영진과 이러한 계획을 공유했고 한국을 방문해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 경영진도 만났다. 첨단 미세공정 기술을 갖춘 파운드리 업체들과 모두 논의를 진행한 셈이다.

삼성전자가 올트먼의 한국 방문을 계기로 파운드리 분야에서 협력하게 될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이러한 시나리오를 낙관하기는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트먼은 인공지능 반도체 설계에 이어 생산까지 직접 담당하는 벤처기업을 설립할 계획을 두고 있다.

인공지능 반도체 생산에 첨단 미세공정 기술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상위 파운드리 업체와 협력은 반드시 갖춰야 할 조건으로 꼽힌다.

블룸버그는 “인텔과 TSMC, 삼성전자는 모두 오픈AI의 잠재적 파트너”라며 “다만 아직 논의는 초기 단계 수준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오픈AI 샘 올트먼 TSMC 삼성전자 이어 인텔 만난다, 파운드리 협력 '저울질'

▲ 인공지능 반도체 관련 참고용 이미지.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올트먼이 본격적으로 파운드리 협력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는 TSMC로 꼽힌다.

TSMC는 현재 엔비디아와 AMD 등 인공지능 반도체 상위 업체가 설계하는 제품을 사실상 독점적으로 위탁생산하며 관련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력과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다.

최근 TSMC가 소니와 NXP반도체 등 주요 고객사와 손잡고 합작공장을 설립하는 형태의 사업 방식을 점차 늘리고 있다는 점도 오픈AI와 파트너십을 추진할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한편 인텔은 파운드리 시장에 본격적 진출을 앞두고 있는 만큼 오픈AI와 같은 대형 고객사의 수주 실적을 확보하는 일이 전략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시점에 놓여 있다.

따라서 올트먼에 유리한 협력 조건을 제시하며 적극적으로 영업에 나설 공산이 크다. 인텔 CEO가 올트먼의 사업설명회 참석 계획을 알리며 환영의 뜻을 나타낸 점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삼성전자는 올트먼이 신설을 추진하는 반도체 벤처기업과 같이 신생기업과 협력을 추진하는 데 가장 적합한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설계기술이 부족한 신생기업에 자사의 기술을 적극적으로 공유하며 개발을 도와 파운드리 생산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협업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텐스토렌트와 리벨리온 등 인공지능 반도체 신생기업도 최근 삼성전자와 이러한 형태의 협력을 맺고 파운드리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올트먼이 설립하는 벤처기업 역시 이러한 형태의 협력 방식에 충분히 관심을 보일 수 있다.

오픈AI는 2022년 말 상용화한 챗GPT를 통해 전 세계 IT업계의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 개발과 관련 인프라 투자 열풍을 주도한 상징적인 기업이다.

자연히 올트만와 협업 관계를 맺기 위한 삼성전자와 TSMC, 인텔 사이 물밑경쟁도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트먼은 삼성전자와 시스템반도체뿐 아니라 메모리반도체 협력 가능성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운드리 협력이 무산되더라도 삼성전자가 인공지능 반도체에 쓰이는 HBM 등 분야에서 새 고객사 확보 기회를 잡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IT전문지 톰스하드웨어는 “올트먼의 인텔 파운드리 행사 참석은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미 어느 정도 협력이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