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적자 이커머스 플랫폼 컬리·에이블리·발란 흑자전환, 이유 따져봤더니

▲ 컬리와 에이블리, 발란 등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연달아 흑자 소식을 전하고 있다. 왼쪽부터 에이블리, 발란, 컬리 기업 로고.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만년 적자’였던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흑자 전환에 하나둘씩 성공하고 있다.

성장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돈을 버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수익성 개선에 매진한 결과다.

이들의 흑자 전환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기술 혁신을 통한 비용 절감과 마케팅 축소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30일 이커머스업계에 따르면 최근 패션 플랫폼인 에이블리부터 시작해 신선식품 플랫폼 컬리, 명품 플랫폼 발란 등 각 분야의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모두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에이블리는 2023년 첫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창사 이후 5년 만의 성과인데 이보다 더 눈에 띄는 지점은 따로 있었다. 바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시에 개선됐다는 점이다.

에이블리는 이미 지난해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뒤 하반기에도 매출과 거래액이 각각 40%가량씩 성장했다. 이른바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을 동시에 잡은 셈이다.

최근 플랫폼기업들의 움직임을 보면 지속된 적자를 줄이기 위해 마케팅을 축소하면서 수익성은 개선하지만 동시에 매출이 빠지는 현상도 나온다. 일종의 ‘불황형 수익성 개선’인데 에이블리는 매출과 영업이익을 모두 끌어올리며 ‘성장형 흑자’를 기록했다.

에이블리는 성장형 흑자를 낼 수 있었던 이유로 기술을 꼽았다.

에이블리 관계자는 “취향 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고객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상품을 정확하게 연결해줄 수 있게 됐다”며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상품을 연결해주면서 판매자 매출도 증가했고, 다시 고객 유입이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안착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보통 회사 외형을 키우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크게 늘리다가 수익성에 문제가 생기면 구조조정이나 비용 절감을 통해 개선을 꾀하지만 에이블리는 특별히 마케팅비를 줄이지도 않았다”며 “마케팅 비용을 추가로 투입하지 않아도 인공지능 기반 기술을 통해 자연스럽게 앱 사용자 수가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에이블리에 따르면 현재 플랫폼에서 사용되고 있는 인공지능 개인화 추천 서비스는 패션 커머스 플랫폼 최초로 도입한 것이다. 15년 동안 개인화를 연구한 전문가들이 모여 자체 개발한 서비스라고 에이블리는 강조한다. 

특정 상품을 검색했을 때 비슷한 상품을 찾아주는 흔한 서비스가 아니라 고객과 유사한 취향을 가진 다른 사람을 찾아 그 사람이 자주 찾은 스타일을 보여주고 공유하는 방식이라는 점이 에이블리 인공지능 추천 서비스의 특징이다.

이 서비스가 에이블리만의 차별화한 경쟁력으로 굳어졌다는 점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2023년 11월 기준 에이블리 앱의 1인당 평균 사용 시간은 59분으로 나타났으며 월간 총 실행 횟수는 약 4억600만 회로 집계됐다. 두 지표 모두에서 전문몰 전체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에이블리의 월간활성사용자수 역시 지난해 11월 기준 740만 명을 기록해 경쟁 플랫폼과 격차를 185만 명가량으로 벌렸다.

창립 이후 9년 만에 상각전영업이익(EBITDA) 기준 월간 흑자를 기록한 컬리 역시 수익성 개선의 주된 이유로 기술 혁신을 꼽힌다.

컬리 관계자는 “직접물류비 개선이 흑자 전환에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며 “배송 집적도를 높여 효율을 극대화함으로서 배송비를 낮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배송 집적도란 상품을 배송할 지역에 얼마나 많은 고객들이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를 말한다. 고객들이 모여 있는 곳에 어떤 동선으로 배송해야 가장 효율적인지 시뮬레이션 하는 것도 배송 집적도와 연관이 있다.

컬리는 배송 직접도를 높이기 위해 기술 혁신에 꾸준히 공을 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효율을 높여가면서 배송에 드는 비용을 절감했고 이것이 창사 이후 첫 월간 흑자라는 성과를 내는 데 기여했다는 것이 컬리의 설명이다.

컬리는 사실 지난해 상각전영업이익 기준 월간 흑자를 낼 수 있었던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송파물류센터 철수, 창원·평택물류센터 신규 오픈 등에 따라 비용이 들어가면서 지난해 12월에야 첫 흑자를 내게 됐다. 새 물류센터를 가동할 때 역시 기술을 통해 주문처리비용을 절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명품 플랫폼 발란도 최근 8년 만의 분기 흑자 소식을 전했다. 발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손익분기점 달성을 시작으로 12월까지 넉 달 연속으로 영업이익을 내며 2023년 4분기에 분기 흑자를 냈다.

발란의 흑자 달성의 주요 요인 역시 '기술'이다. 인공지능 기반의 개인화 추천 광고 플랫폼을 구축함으로써 구매 전환율을 가파르게 높인 덕분에 마케팅 확대 없이도 수익성이 나아졌다.

실제로 발란의 2023년 마케팅 비용은 2022년보다 90% 이상 줄었지만 재구매율이 70%대로 견조한 수준을 유지했던 데는 기술 혁신이 한 몫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만년 적자 이커머스 플랫폼 컬리·에이블리·발란 흑자전환, 이유 따져봤더니

▲ 커머스 플랫폼의 흑자 전환에는 마케팅비 지출 감소도 한 몫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왼쪽은 배우 김혜수씨가 등장한 발란 광고, 오른쪽은 걸그룹 블랭핑크 멤버 제니씨가 출연한 뷰티컬리 광고.

이밖에 광고 등 마케팅을 축소한 것도 이들 플랫폼의 흑자 전환에 중요한 축을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발란은 2021년부터 배우 김혜수씨를 홍보 모델로 발탁한 광고를 통해 인지도를 크게 높였다.  김혜수씨에게 지급하는 모델비뿐 아니라 TV나 유튜브 등을 통한 영상 광고에 힘을 주면서 마케팅비는 가파르게 올랐다.

발란이 2021년과 2022년에 지출한 광고선전비는 모두 577억 원으로 이 기간 낸 영업손실 규모 560억 원을 넘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광고를 대폭 줄이는 등 비용 절감에 나서면서 결국 흑자 전환이라는 결실을 맺은 것으로 추정된다. ‘김혜수와 결별한 뒤 흑자를 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컬리 역시 마케팅비 축소에 집중하고 있다.

컬리는 2022년 말 뷰티 전문관 뷰티컬리를 오픈하며 광고 모델로 걸그룹 블랭핑크의 멤버 제니를 기용했다. 지난해 말에서야 제니와의 계약이 종료된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후 새로운 모델을 찾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컬리가 지난해 1~3분기 집행한 광고선전비는 241억 원으로 2022년 같은 기간보다 39.3% 감소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