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LFP 배터리 가격 경쟁력 효과로 수출 늘어, 한국 배터리3사 위기감 고조

▲ 중국 BYD의 LFP 배터리 홍보용 사진. 칼날 모양을 했다고 해서 블레이드 배터리라고 이름이 붙었다. < BYD >

[비즈니스포스트] CATL과 BYD 등 중국 업체들이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리튬인산철(LFP) 전기차 배터리 시장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업체들 사이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LFP 배터리 단가가 더 낮아져 수출에 유리해지며 한국 배터리업체의 입지가 더욱 위축되고 있다.

25일(현지시각)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조사기관 이머전리서치는 LFP 배터리 시장이 2023년부터 연평균 5.7% 성장해 2032년에는 228.9억 달러(약 30조6400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LFP 배터리는 리튬인산철(LiFePO4)로 양극재를 구성한 배터리다. 생산 원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무게가 무겁고 에너지 밀도가 낮아 전기차 주행 거리에 상대적으로 약점을 보인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기술 개발이 이뤄져 성능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중국 내수시장에서 전기차 공급 과잉 조짐이 나타나 배터리 시설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섰던 상위 업체들을 중심으로 가격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LFP 전기차 배터리의 중국 내 평균 가격은 지난해 와트시(Wh)당 0.8~0.9위안에서 0.6위안까지 낮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전기차 전문지 CNEV포스트는 올해 들어 LFP 배터리 평균 단가가 Wh당 0.3위안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해의 절반 이하에 그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중국 LFP 배터리 가격 경쟁력 효과로 수출 늘어, 한국 배터리3사 위기감 고조

▲ 2023년 10월19일 충남 서산에 위치한 SK온 배터리 공장에서 작업자가 배터리셀을 들고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LFP 배터리 가격 하락은 그동안 이를 채용하는 데 소극적이던 해외 자동차 제조사들의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중국에서 해외로 수출된 LFP 배터리는 모두 4.7기가와트시로 집계됐다. 9월부터 꾸준한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중국 배터리 제조사들은 그동안 내수시장 수요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는데 경쟁 심화와 가격 경쟁력 상승으로 해외 수출을 확대하기 적합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중국 기업들의 수출이 늘면서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3사는 주력 제품인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로 경쟁에 대응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LFP 배터리는 NCM 기반의 삼원계 배터리보다 평균 20~30% 가량 저렴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중국산 배터리 가격 하락세가 이어진다면 격차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 배터리업체들은 그동안 LFP 배터리가 성능이나 안전성 측면에서 미흡하다고 판단해 삼원계 배터리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LFP 배터리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자칫하면 중국 경쟁사에 글로벌 고객사 물량을 빼앗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정책을 통해 중국산 배터리에 불이익을 주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지만 일부 제조사는 보조금 등 혜택을 포기하면서 LFP 배터리를 채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 배터리 3사는 뒤늦게 LFP 배터리 개발에 나서거나 삼원계 배터리의 성능 및 생산 효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산 LFP 배터리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수록 한국 기업들의 위기감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국내 배터리업체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완성차 업체들이 최근 LFP 배터리 공급 가능성을 문의하는 사례가 늘었다”며 “고객사 요구에 맞춰 제품을 다양화해야 하다 보니 (LFP 배터리) 개발 필요성도 높아졌다”고 전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