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세계 청정에너지의 날’, 주요국 청정에너지 가속화 추세에 한국 동떨어져

▲ 세계 청정에너지의 날을 맡아 축사를 전하는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국제연합 유튜브>

[비즈니스포스트] 유엔(UN)총회에서 지정된 ‘세계 청정에너지의 날(International day of Clean Energy)’이 첫 번째 기념일을 맞이했다.

주요국들은 재생에너지 서약 등에 기반해 신재생 에너지 전환 속도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한국은 원자력에너지 비중을 높이며 청정에너지 비중 확대에 상대적으로 소극적 모습을 보이며 세계적 추세에 뒤떨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26일 첫 세계 청정에너지의 날을 기념한다고 발표했다. 세계 청정에너지의 날은 국제재생에너지기구 창립일과 같은데 지난해 9월 유엔총회에서 327번 결의안으로 채택돼 기념일로 지정됐다. 

세계 청정에너지의 날은 기후변화에 대응해 세계 시민과 지구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정의롭고 포괄적 재생에너지 전환을 촉구하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졌다.

올해는 첫 기념일에 하루 앞서 25일 국제재생에너지기구 주최로 각국 기후 및 에너지 전문가들이 참여해 재생에너지 현황을 돌아보는 온라인 패널토론이 진행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술탄 아흐메드 알 자베르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의장 등이 온라인 패널토론에서 축사를 맡았다.

세계 청정에너지의 날을 계기로 지난해 11월 COP28에서 합의된 ‘재생에너지 3배 서약’에 더 큰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중국, 유럽연합(EU)을 포함해 130여 개국이 참여한 이 서약은 2023년 기준 설치된 재생에너지 용량을 2030년까지 3배, 즉 1만1천 기가와트(GW)까지 확대하는 것을 말한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는 세계 청정에너지의 날 축사를 통해 “국제재생에너지기구와 글로벌 재생에너지연합(서약 참여국들)은 세계적 합의를 지키고 파리협정 목표에 부합하는 미래를 지키기 위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협정 목표란 세계 평균 기온상승치를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아래로 억제하는 것을 말한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합의됐기 때문에 파리협정 목표라는 약칭으로 불린다.
 
첫 ‘세계 청정에너지의 날’, 주요국 청정에너지 가속화 추세에 한국 동떨어져

▲ 영상으로 축사를 전하는 술탄 아흐메드 알 자베르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의장. < IRENA >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도 이번 세계 청정에너지의 날에 앞서 지난해 결의된 재생에너지 서약의 이행 가능성을 높게 바라봤다.

지난 11일(현지시각) 발간된 ‘2023 재생에너지 보고서’를 보면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가 이뤄질 여지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미국, 유럽연합, 중국 등 주요국들은 2023년 과거 어느 때와 비교해도 재생에너지 설치 용량이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증가세를 기반으로 2028년까지 향후 5년간 주요국의 재생에너지 증가세를 추산한 결과 중국이 2062기가와트, 유럽연합이 426기가와트, 미국이 337기가와트를 확보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를 종합하면 2028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설치된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은 8130기가와트에 달해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에 근접하게 된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 사무총장은 “아직 목표 달성을 확신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멀리 떨어져 있지도 않다”며 “각국은 충분히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에너지기구는 2025년이 재생에너지가 석탄 발전과 원자력 발전량을 각각 앞지르는 기점이 될 것이라고 봤다. 2026년에는 태양광 발전만으로도 원자력 발전보다 높은 수준의 발전량을 갖출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국제적 추세와 달리 한국의 재생에너지 성장 전망은 밝지 않다. 국제에너지기구는 한국이 세계적 청정에너지 전환 추세에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에너지기구는 보고서를 통해 “우리는 한국의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량 전망치를 기존보다 40% 하향 조정한다”며 “한국 정부는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 목표를 2030년 기준 30%에서 22%로 하향조정한 데다 원자력을 자국의 에너지 전환의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국 정부가 향후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 건설 사업을 진행하는 등 재생에너지 산업 성장을 장려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며 차후 전망을 상향 조정할 여지를 남겼다.

2023년 1월 발표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한국 정부가 설정한 2030년 에너지원별 발전 비중 목표는 원자력 32.4%, 액화천연가스(LNG) 22.9%, 재생에너지 21.6%, 석탄 19.7%였다.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비교하면 원자력 발전 비중은 25.0%에서 32.4%로 크게 상향됐으나 재생에너지는 20.8%에서 21.6%로 소폭 높이는데 머물렀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의 많은 기업들이 RE100(재생에너지 100%)에 가입했음에도 달성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9.7%로 삼성전자가 소모한 전력 비중 10.3%보다도 낮다. 사실상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삼성전자 한 기업조차 RE100을 실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에 정부 차원의 강력한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홍기웅 전국태양광발전협회장은 재생에너지의 날 기념행사에서 "탄소중립의 효과적이고 신속한 추진을 위해 독립성을 가진 강력한 구심점이 될 부총리급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본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홍 회장은 "정권에 따라 지나치게 좌우되는 에너지 정책을 안정화하고 사업자의 예측이 가능한 일관성있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