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에 영국 철도망 "존속 위태로워", 한국은 빅데이터에 IoT 동원 중

▲ 한 남자가 22일(현지시각) 영국 에든버러역에서 모든 운행일정이 취소된 열차시간표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영국이 올해 이례적 겨울폭풍과 폭우 등 이상기후 현상을 겪으면서 열차 지연과 운행 중단을 겪고 있다.

영국 국내 철도망이 현재 발생하고 있는 이상기후에 대비해 설계되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에 영국 철도공사에서는 1700조 원이 넘는 돈을 들여 철도망을 대대적으로 개편할 계획을 세웠다.

23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는 영국이 연달아 밀려오는 대서양 폭풍들로 인해 열차 운행에 장애를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기상청은 22일(현지시각) 소멸한 폭풍 ‘이샤(Isha)’에 이어 '조셀린(Jocelyn)'이 상륙할 것이라고 예보했다.

왕립기상학회에 따르면 1월 중 겨울폭풍이 이렇게 많이 상륙한 것은 2015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샤가 흩뿌리고 간 비에 영국 전역은 현재 홍수가 발생한 상태다.

유럽 본토로 이어지는 해저 열차 ‘유로스타(Eurostar)’는 침수 우려로 운행이 중단됐다. 2007년 운영을 시작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영국 국영철도공사 네트워크레일 안전공학부의 디렉터인 마틴 프로비셔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우리(네트워크레일)는 확실히 기후변화의 영향을 느끼고 있다”며 “기후변화는 확실히 우리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영국 정부는 철도망을 전력, 통신망, 하수도와 함께 ‘중요 국가 시설’로 분류하고 긴급 관리에 나서고 있다.

2022년 영국 의회에 제출된 국유 시설 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철도망은 기후변화로 인해 존속 자체가 ‘위태로운(urgent)’ 것으로 분류됐다.

실제로 최근 5년 동안 발생한 대형 열차사고들도 이상기후가 원인인 것으로 파악됐다. 가장 최근인 2020년 8월 발생한 스코틀랜드 동북부 열차 사고는 폭우로 인한 산사태가 열차를 탈선시키며 발생했다.
 
이상기후에 영국 철도망 "존속 위태로워", 한국은 빅데이터에 IoT 동원 중

▲ 지난해 12월 빗물이 새어들어와 침수된 유로스타(Eurostar) 전용 해저터널. <연합뉴스>

이에 네트워크레일은 2024년부터 2029년까지 1조 파운드(약 1700조 원)를 투자해 자국의 선로가 이상기후에도 견딜 수 있도록 개선 작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철도망 개선에 투자한 금액의 두 배가 넘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현존 영국 철도망이 대부분 빅토리아 시대, 즉 1850년대에 건설된 선로들을 보수해 사용하고 있는 것도 문제를 가중시켰다고 전했다.

영국을 제외한 여타 유럽 국가들은 두 차례 세계대전을 겪으며 부서진 철도망을 재건한 것과 달리 본토가 직접 침공당하지 않은 영국은 이와 비슷한 전면 교체 작업이 없었기 때문이다.

프로비셔 디렉터는 “영국 전체의 노후 철도망 길이는 2만 마일(약 3만2천 킬로미터)이 넘는데 처음부터 다시 짓는 것은 실용적이지 않다”며 “과학적인 방법을 동원해 운영적 측면에서 가장 좋은 방안을 찾아 적용하는 것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네트워크레일은 향후 5년 동안은 앞선 10년 발생한 것보다 50% 이상 많은 기후재난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 만큼 개선작업이 시급할 것으로 관측했다.

영국 고속철도 'HS2'의 대표 엔지니어인 닉 사테인은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향후 정비 비용과 운영 비용을 놓고 보면 지금 철도망 개선을 해놓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저렴할 것으로 본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어 “처음에 많은 돈을 지불하는 게 나중에 계속 추가 비용을 지불하는 것보다 훨씬 더 경제적일 확률이 대체로 높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의 영향은 전 지구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영국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대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철도망 건설을 맡고 있는 국가철도공단에서는 이상기후에 대비해 2018년 ‘레일온도 예측시스템’을 개발했다.

지난해 10월에는 한국철도공사 코레일이 여기에 빅데이터 분석과 사물인터넷 기술(IoT)들을 접목해 ‘레일온도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했다. 폭염 기간에는 모니터링 시스템에 연계된 자동살수시스템을 통해 선로 온도를 관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자동살수시스템은 156곳 설치됐고 올해 안으로 409곳까지 늘린다.

국가철도공단 관계자는 "현재 한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철도 관련 시설들은 정부지침에 부합하도록 유지되고 있으며 기타 건설현장에서도 이상기후 관련 안전기준을 준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