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터리3사 점유율 하락은 유럽에 리스크, 중국에 공급망 의존 커진다

▲ 유럽 배터리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점유율이 낮아지며 중국 경쟁사들이 이를 대체할 것으로 전망된다. SK온의 헝가리 배터리공장. < SK온 >

[비즈니스포스트] 유럽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한국 업체 점유율이 낮아지는 것은 공급망 리스크를 키우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스볼트와 같은 신생기업에 투자 지원을 집중하거나 중국산 배터리 수입을 늘리는 유럽 국가들의 전략이 미국에 투자 유치 기회를 빼앗기는 결과를 낳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23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유럽이 중국산 전기차 배터리에 지나치게 의존을 높이며 공급망 균형이 무너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증권사 UBS 전망에 따르면 유럽에서 한국 배터리 3사의 점유율은 2023년 기준 60%에 이른 것으로 추정되는데 2027년에는 40%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중국산 배터리 점유율이 30%에서 50%로 상승하며 한국 기업의 점유율을 대체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가 현지 생산공장을 운영하며 ‘텃밭’으로 삼고 있던 유럽 전기차 배터리시장이 곧 중국 경쟁사들의 주요 성장 기반으로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CATL과 BYD 등 중국 배터리업체가 내수시장에서 벌어지는 공급 과잉에 대응해 유럽으로 수출 물량을 늘리면서 저가 공세를 벌이는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한편 유럽은 늘어나는 전기차 수요에 비해 현지 배터리 조달 능력에 한계를 맞고 있어 중국과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지고 있다.

한국 배터리 3사는 최근 유럽에서 배터리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상황에도 생산 투자를 확대하는 데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정책을 앞세워 강력한 보조금과 세제혜택 등 지원 정책을 시행했기 때문이라고 바라봤다.

한국 배터리업체들 입장에서는 현재 유럽보다 미국에 투자하는 것이 경제성 확보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 배터리 제조사들은 미국 정부 규제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어 유럽시장 공략에 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유럽 국가들이 스웨덴 노스볼트와 같은 신생기업에 투자 지원을 집중하고 있는 점도 중국에 의존을 더욱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노스볼트는 최근 독일에 대규모 배터리공장 건설 계획을 확정하며 유럽연합(EU) 투자은행 및 현지 금융기관 등에서 모두 50억 달러(약 6조7천억 원)에 이르는 자금 지원을 받았다.

BMW와 폴크스바겐, 볼보 등 유럽 자동차기업이 이미 노스볼트에 대규모 배터리 물량을 주문했지만 실제 양산 시점이나 기술력 등은 아직 충분히 시장에서 검증되지 않았다.

결국 한국 배터리업체의 유럽 투자 위축에 따라 현지 자동차기업들이 중국에 전기차 배터리 물량을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될 가능성이 충분한 상황이다.

UBS는 “유럽은 모든 지원 여력을 노스볼트와 같이 경험 없는 기업에 집중하고 있다”며 “자연히 한국 배터리기업은 더욱 매력적인 미국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