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갈등이 격화되며 한국 기업들이 부정적 영향을 피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가 인수한 중국 대련의 인텔 낸드플래시 생산공장. <인텔>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과 중국 사이 반도체산업을 둘러싼 갈등의 골이 깊어지며 중국에 사업장을 운영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이 태풍권에 들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가 인텔에서 인수한 중국 낸드플래시공장에 시설 투자를 벌이는 데 제약을 받으며 큰 타격을 피하기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23일 “미국과 중국의 경쟁 관계가 한국 반도체기업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경영진이 쉽지 않은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중국 현지 기업은 물론 중국에 반도체 생산공장을 운영하는 업체에도 첨단 장비를 반입할 수 없도록 하는 수출제한 조치를 내놓은 뒤 규제 수위를 점차 높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SK하이닉스가 2020년 인텔에 90억 달러(약 12조 원)를 주고 인수한 대련 낸드플래시 생산공장이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관측이 이어졌다.
블룸버그는 “SK하이닉스의 대련 공장 인수는 SK하이닉스의 메모리반도체 점유율 확대에 기여해야 했지만 지금은 미중 갈등에 복잡하게 얽혀버리고 말았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가 해당 공장에 반도체 생산장비를 반입해 대규모 투자 계획을 실현하며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여부가 수 년째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의 중국 공장에 반도체장비 반입 규제 유예조치를 적용했지만 언제까지 지속될 지는 불확실하다는 점도 부정적으로 꼽혔다.
조사기관 블룸버그인텔리전스는 “SK하이닉스가 대련 반도체공장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것은 아마 불가능할 것”이라며 “미국 규제로 난감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고 바라봤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는 SK하이닉스가 처음 공장을 인수할 때 첨단 공정을 도입해 생산라인을 개선할 계획을 두고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칫하면 SK하이닉스가 거액을 들인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및 중국 생산공장 인수가 큰 손해를 안기는 데 그치는 패착으로 남게 될 수 있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가 대련 공장을 중국 기업 등에 매각할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지만 블룸버그는 미국 정부에서 이를 허가할 가능성이 낮다고 바라봤다.
결국 현재로서는 미국과 중국 사이 갈등에 묘안을 찾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중국에 D램 생산공장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운영하고 있어 장비 반입 규제 등에 관련해 비슷한 처지에 놓이고 있다.
블룸버그는 “한국 경제는 반도체산업에 성장을 크게 의존하고 있다”며 “미국과 중국 사이 갈등이 지속될수록 한국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패자로 남게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