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문화체육관광부가 메타버스 산업을 게임처럼 규제할 것이라는 소식에 관련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어려운 시기에 왜 정부가 나서 기업을 더 힘들게 하느냐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문체부는 최근 메타버스 플랫폼이 게임 중심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만큼, 게임업계와 형평성을 위해서라도 규제를 논의를 할 수밖에 없다는 태도를 보인다.
 
메타버스 산업 무너질 위기, 이용자 급감에 정부 규제 움직임까지 '사면초가'

▲ 문체부가 메타버스 산업을 규제할 태도를 보이고 있다.


22일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메타버스와 관련해 메타버스 자체가 아니라 메타버스 내에서 제공되는 게임 콘텐츠에 대한 게임법 적용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메타버스 플랫폼이 어린이와 청소년이 많이 이용하는 게임 형태로 변모하고 있어 폭력성이나 선정성, 사행성 콘텐츠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는 게 문체부 측 주장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7일 메타버스 업계 관계자들과 만나 ‘메타버스에 대한 게임물 규제 간담회’를 열고 정부 부처 사이 메타버스 게임물 규제 논의에 대해 안내했다.

이 자리에서 문체부 측은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중요해진 게임물 규제 가이드라인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메타버스는 기존 과기정통부 담당이었지만, 최근 게임이 메타버스의 핵심 콘텐츠로 떠오르면서 콘텐츠를 주관하는 문체부가 관여하고 있다.

국내 대표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네이버제트)'는 2021년부터 '게임만들기' 기능을 도입해 이용자가 만든 게임을 함께 즐기고 다른 이용자들로부터 수익도 낼 수 있는 구조를 제공하고 있다. 운영사인 네이버제트는 2022년부터 게임제작팀을 꾸려 직접 게임 콘텐츠를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메타버스 산업 무너질 위기, 이용자 급감에 정부 규제 움직임까지 '사면초가'

▲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 로고.


간담회 직후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는 정부의 게임산업법 적용 방침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밝혔다.

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메타버스 산업이 전반적으로 침체돼 있는 상황에서 게임산업법 적용은 윤석열 정부의 기본정책인 수출촉진, 산업성장 촉진, 규제혁파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메타버스는 게임이 아닐 뿐더러 가이드라인을 적용할 경우 메타버스 산업이 무너질 수 있다”며 "메타버스 내 콘텐츠 감시감독은 기업의 자율규제 영역으로 남겨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이후 메타버스에 대한 국민 관심이 수그러들면서 최근 메타버스 업계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기업들이 야심차게 출범한 메타버스 플랫폼이 잇따라 서비스를 종료하거나, 관련 자회사와 조직이 사라지고 있다. 아직 출시되지 않은 프로젝트는 감감무소식이 된 지 오래다.

컴투스는 2023년 9월 메타버스 계열사 컴투버스에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며 10월부터 메타버스플랫폼에 대한 업데이트를 하지 않고 있다.  넷마블은 2024년 1월 계열사 메타버스월드 전 직원에 권고사직을 통보하고 법인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이와 관련해 메타버스 업계가 그동안 이용자에 무엇을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킬러 콘텐츠 고민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 시기에는 비대면으로 타인과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콘텐츠였지만, 이제 메타버스 플랫폼 스스로 이용자를 끌어 모을 콘텐츠들을 갖춰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전략 스나이퍼'에서 "과거 메타버스가 실패한 이유는 현실을 단순히 대체하려고 했던 것에 있다"며 "현실에 도움이 되는 메타버스 개념이 정립되고, 필수불가결한 도구가 될 때 메타버스는 생존가능해질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살아남은 국내 메타버스 프로젝트는 로블록스 등 해외 성공사례를 참고해 C2C(고객과 고객 사이 거래) 게임 플랫폼으로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