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비전프로 차별화가 '독' 되나, 눈과 손 쓰는 인터페이스에 진입장벽 높아

▲ 애플이 비전프로에 차별화된 인터페이스를 도입하며 개발자들이 진입장벽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손 움직임을 이용해 비전프로를 조작하는 기능 설명 이미지. <애플>

[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이 출시를 앞둔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 헤드셋 형태의 공간 컴퓨터 ‘비전프로’ 앱 생태계에 개발자들이 적극 참여하기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전프로는 별도 컨트롤러 대신 사용자의 눈과 손을 이용하는 인터페이스를 적용하고 있는데 개발자들이 이에 맞춰 콘텐츠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일이 어렵기 때문이다.

22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과 주요 앱 개발사들 사이 관계가 불안해지면서 비전프로가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애플은 비전프로를 2월에 출시할 때부터 100만 개에 이르는 앱을 지원한다는 점을 중요한 마케팅 요소로 강조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 가운데 약 99%가 기존의 아이패드용 앱을 재활용한 데 그칠 것이라고 추정했다. 비전프로를 위해 전문적으로 개발된 앱은 소수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심지어 애플도 비전프로에 제공하는 팟캐스트와 뉴스, 달력 등 기본 앱을 아이패드 버전으로 제공한다는 점도 지적됐다.

애플이 비전프로를 완전히 새로운 콘텐츠와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홍보했지만 전용 앱 개발에는 아직 큰 노력을 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개발자들이 비전프로 전용 앱을 개발해 선보여도 긍정적인 경제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유로 제시했다.

비전프로가 미국 기준 3499달러(약 468만 원)의 높은 가격부터 판매되는 만큼 대중화되기 어려워 앱 개발비용 대비 판매 실적을 거두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애플이 그동안 앱스토어 운영 정책과 수수료 등 측면에서 일부 개발사와 마찰을 빚어왔다는 점도 배경으로 꼽혔다.

개발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비전프로와 같은 애플의 새 플랫폼 성공을 도울 만한 동기가 부족하다는 의미다.

블룸버그는 비전프로가 다른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헤드셋과 차별화된 인터페이스를 적용한 점도 게임과 같은 신규 콘텐츠 기반을 확보하는 데 약점일 수밖에 없다고 바라봤다.

메타의 퀘스트 등 유사한 형태의 헤드셋은 사용자들이 손에 쥐는 컨트롤러 장치를 통해 게임을 조작하거나 앱의 여러 기능을 실행할 수 있도록 한다.

반면 비전프로는 별도 컨트롤러 없이 사용자의 눈과 손 움직임을 인식해 조작하는 인터페이스를 갖추고 있다.

따라서 개발자들이 메타 등 다른 플랫폼을 위해 처음 설계한 앱과 게임을 비전프로에 이식하려면 조작 방식을 크게 바꿔야만 한다.

애플이 비전프로를 다른 제품과 차별화하기 위해 도입한 새 인터페이스가 개발자 입장에서는 전용 앱 개발에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그동안 애플TV와 애플워치 등 애플의 새 플랫폼에서 앱 판매 성과가 부진했다는 점도 개발사들이 비전프로 생태계 진입을 망설이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비전프로 이용자가 콘솔게임을 위해 개발된 컨트롤러를 이용할 수는 있지만 이는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전용 컨트롤러를 사용하는 것과 비교해 사용경험이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는 “애플 비전프로의 성공은 결국 외부 앱 개발사와 게임 이용자들의 마음을 얻는 데 달렸다”며 “현재로서는 예상보다 미지근한 반응을 얻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