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반도체 전쟁' 전면전 예고, 대만 총통선거 결과에 뇌관 터진다

▲ 미국과 중국 사이 '반도체 전쟁'이 올해 더욱 치열한 전면전 양상을 띠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미국과 중국이 대만 총통선거를 계기로 올해 반도체산업에서 더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게 될 가능성이 유력해졌다.

미국 정부가 대중국 반도체 규제 수위를 높이는 동시에 중국은 자국 기업을 향한 지원을 더 강화하며 전 세계적으로 불확실성을 키우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미국 CNBC에 따르면 중국이 올해 미국과 동맹국인 네덜란드 등에서 더욱 엄격한 반도체 관련 규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미국 정치권에서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는데다 대만 총통선거에서 반중 성향의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되며 미중 관계도 더 악화할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조사기관 테크인사이츠는 CNBC를 통해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산업 경쟁은 현재진행형”이라며 “특히 중국의 군사용 반도체 기술 발전을 우려하는 미국 정치권의 여론이 우세하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중국이 네덜란드 ASML의 EUV(극자외선) 장비 등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기술을 확보할 수 없도록 하는 수출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더 많은 반도체 장비를 수출통제 대상에 포함했고 네덜란드 정부도 동조해 중국 기업의 반도체 공급망을 고립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화웨이와 SMIC 등 중국 기업이 미국 규제 영향을 극복하고 자체적으로 개발 및 생산한 7나노 미세공정 반도체를 지난해 8월부터 상용화한 데 대응한 것이다.

7나노 공정은 첨단 군사용 무기나 인공지능 기술 발전 등에 쓰이는 고사양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다. 자연히 미국이 이를 예민하게 바라보며 견제할 수밖에 없다.

테크인사이츠는 미국의 대중국 규제 강화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바라보며 중국의 군사기술 발전을 막는 데 강도 높은 대책이 논의될 공산이 크다고 바라봤다.

미중 반도체 전쟁과 관련한 유명 저서 ‘칩 워’를 쓴 경제학자 크리스 밀러는 CNBC를 통해 “미국 정부는 앞으로 정기적인 조사를 통해 기존 수출통제 조치의 허점을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이러한 조치에 반발하며 미국 정부가 반도체 공급망을 무기화하고 있다는 비판을 내놓았다.

이와 동시에 자국 반도체기업을 향한 금전적 지원을 강화하며 기술 개발 및 생산 투자를 강화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더 큰 영향력을 갖추도록 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중국의 기대와 달리 대만에서 반중 성향의 라이칭더 총통이 당선돼 미국과 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미국과 중국 사이 갈등을 키울 만한 원인으로 꼽힌다.

대만은 TSMC 등 주요 반도체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친중 성향의 총통 정부가 들어선다면 중국이 대만과 기술 협력 등으로 반도체 기술력을 높일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

반면 이번 선거결과와 같이 반중 성향 정부가 자리잡으면 대만에 미치는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노력이 더욱 힘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이에 대응해 자국 반도체산업 육성에 더욱 힘쓰고 미국과 동맹국을 향한 무역보복 조치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면 전 세계 반도체업계에 불확실성은 더욱 짙어지게 된다.

희토류와 같이 반도체에 쓰이는 주요 자원을 중국 정부에서 무기화해 수출 통제를 강화하거나 중국에 반도체공장을 보유한 한국기업을 향한 압박을 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사기관 퓨처럼리서치는 CNBC를 통해 “미국 대선이 다가오고 대만과 관련한 지정학적 갈등 상황도 이어지고 있다”며 “중국은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고립되지 않기 위해 모든 수단을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을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