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홈쇼핑이 자체 개발한 가상인간 루시(사진) 관련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이 모두 비활성화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
[비즈니스포스트] 롯데홈쇼핑이 자체 개발한 가상인간 루시가 돌연 사라졌다.
루시는 인스타그램 팔로워만 18만 명가량 됐던 인플루언서인데 최근 이 계정 접속이 불가능해졌다. 다른 온라인 채널인 유튜브와 스레드에서도 루시 계정에 모두 접속할 수 없는 상태다.
롯데홈쇼핑이 지식재산(IP) 관련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내놨던 루시가 갑자기 모습을 감춘 것을 놓고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9일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스레드 등 여러 사회관계망서비스를 살펴보면 루시 관련 계정이 사실상 모두 ‘사용할 수 없는 계정’으로 나타나고 있다.
루시의 공식 인스타그램 및 스레드 계정이었던 ‘@here.me.lucy’를 검색해보면 “죄송합니다. 페이지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클릭하신 링크가 잘못되었거나 페이지가 삭제되었습니다.”라는 안내 화면이 뜬다.
인스타그램과 스레드에 따르면 이런 문구는 사용자가 계정 주소를 변경했거나 계정을 비활성했을 때 나타난다. 계정을 탈퇴했을 때도 이런 문구가 뜰 수 있다.
유튜브 검색도 마찬가지다. 루시의 유튜브 채널 주소 ‘@heremelucy’를 따라가면 “죄송합니다. 이 페이지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다른 검색어로 검색해 보세요.”라는 화면이 나온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와 있던 루시 관련 영상들도 모두 ‘동영상을 재생할 수 없음. 비공개 동영상입니다.’는 안내 문구와 함께 재생되지 않는다.
틱톡에서만 루시 계정이 활성화돼 있다. 다만 지난해 4월 이후 새 게시글이 올라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활동이 잠정 중단된 상태라고 짐작할 수 있다.
루시가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하더라도 활발하게 활동하던 가상 인플루언서였다. 지난해 9월 기준 인스타그램 팔로워만 18만 명가량 됐으며 현재 계정이 유일하게 살아있는 틱톡 계정의 팔로워는 21만 명이 넘는다.
루시의 여러 계정이 돌연 비활성화된 것은 뜻밖의 일이다.
롯데홈쇼핑은 자체 지식재산 사업을 강화하려는 목적에서 루시를 개발했다. 실제 촬영한 이미지에 가상의 얼굴을 합성하는 ‘3D 애셋’ 기술이 적용돼 탄생했다.
롯데홈쇼핑은 가상인간 사업기획과 운영 총괄을 담당하는 디지털휴먼팀까지 만들었을 정도로 루시를 활용한 사업에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코로나19 시기 주목받았던 메타버스나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 신기술들에 대한 관심이 엔데믹 이후 시들어지면서 롯데홈쇼핑이 이들과 결이 비슷한 가상인간 사업에서 축소 단계를 밟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루시의 활동이 중단된 것과 관련해 “현재 루시의 활용 방안을 다시 찾기 위해 리뉴얼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생방송 쇼호스트 데뷔 등과 같이 더욱 다양한 방면으로 루시의 활동 범위를 넓히려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루시가 처음 개발된 시기는 2020년 9월이지만 2021년 2월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롯데홈쇼핑은 ‘29세 여성’, ‘본캐는 디자이너, 부캐는 패션모델’이라는 콘셉트를 앞세워 루시의 활동 영역을 빠르게 넓혔다.
TV홈쇼핑 방송에 쇼호스트로 출연하는가 하면 롯데호텔 홍보도 맡았고 라이브커머스 진행자로도 데뷔했다.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해 광고 모델로 활동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삼성전자가 2023년 7월 국내에서 처음 진행한 ‘갤럭시언팩’ 행사에 VIP로 초청받아 참석했을 정도로 루시의 인기는 컸다. 비슷한 시기 실감형 콘텐츠 제작기업 포바이포, 글로벌 물류유통기업 환지그룹의 태국법인과 루시의 태국 진출을 위한 비대면 업무협약을 맺으며 글로벌 진출을 위해 몸을 풀기도 했다.
롯데홈쇼핑이 얼마나 루시 사업에 적극적이었는지는 2022년 6월 초록뱀미디어와 아티스트 전속 계약을 맺었던 사실에서 잘 드러난다. 가상인간이 소속사를 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
비록 초록뱀미디어의 경영 상황이 악화한 탓에 롯데홈쇼핑이 초록뱀미디어와 협업 관계를 종료하면서 자연스럽게 전속 계약도 끝났지만 그만큼 루시를 키우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롯데홈쇼핑은 루시 개발을 위해 자금 수억 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진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현재 루시 계정을 다시 활성화할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며 "루시 활용 방안에 대한 방향성이 명확해지면 활동 재개 시기가 구체화할 것이다"고 말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