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홍해 리스크’로 해상운임이 급등하면서 LG전자, 현대자동차그룹, 포스코 등 주요 수출기업 수익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TV와 냉장고 등 가전과 자동차, 철강 제품은 대부분 항공이 아닌 해상운송에 의지하고 있는 만큼 최근 해상운임의 증가에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홍해 리스크’에 해상운임 급등, 사태 장기화 될지 수출기업 '촉각'

▲ LG전자, 현대자동차그룹, 포스코 등 국내 주요 수출기업이 '홍해 리스크'에 따른 해상운임 급등에 긴장하고 있다. 사진은 HMM의 컨테이너선. < HMM >


다만 가전, 자동차, 철강 제품의 주요 수출 국가들이 홍해를 통과해야 하는 중동과 일부 동유럽 지역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1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해상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최근 1년 최고가를 계속 갈아치우면서 급등하고 있다.

1월12일 기준 상하이컨테이너 운임지수는 2206.03으로 1월5일 대비 16.31% 증가했다. 2023년 11월24일과 비교하면 2달도 안 돼 약 122.11%가 올랐다.

상하이컨테이터 운임지수의 상승세는 홍해 무역로의 불확실성 확대가 원인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 이후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맨 후티 반군은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는 명분으로 국제 무역로인 홍해를 지나는 민간 선박을 공격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홍해 무역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선박사들은 홍해가 아닌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희망봉을 우회하고 있다.

홍해를 지나는 선박들은 유럽과 아시아 사이에 물품을 이동하는 선박인 만큼 수출 위주의 국내 기업들은 ‘홍해 리스크’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반도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은 항공 운송 비중이 높아 홍해 문제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울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주력 제품군인 가전과 TV는 중량과 부피 때문에 해상운송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또 자동차와 철강 제품도 거의 100%가 항구를 통해 수출하기 때문에 현대차와 포스코도 해상운임 상승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반도체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보다는 LG전자가 이번 사태에 더 민감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코로나19 이후 운임지수가 큰 폭으로 상승했던 2022년에도 큰 타격을 입은 적이 있다.

LG전자가 2022년에 지출한 물류비는 3조9437억 원이었는데 이는 3년 전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물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4.7%에 달했다.

LG전자 가전(H&A)사업부만 따로 보면 일반적으로 매출의 10% 이하였던 물류비 비중은 2022년 14.4%까지 상승했다.

수출 비중이 LG전자 전체 매출의 65% 수준인 데다 대부분 부품과 제품이 해상을 통해 운반되기 때문에 해상 운임 상승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LG전자는 통상적으로 물류비 및 원재료가 10% 상승하면 다른 비용이 동일하다고 가정했을 때 영업비용이 약 1%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는 단순 산술적으로 LG전자 매출 대비 물류비 비중이 1%포인트 오를 때 마다 약 3천억 원의 영업비용이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홍해 문제가 LG전자 실적에 미칠 영향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LG전자는 통상 1월 말 해운사들과 운임비 협상을 진행하기 때문에 그 이후에 확실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수출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이 30%대인 현대차와 기아도 홍해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홍해 리스크’에 해상운임 급등, 사태 장기화 될지 수출기업 '촉각'

▲ 현대글로비스 자동차운반선(PCTC) '글로벌 센추리'호. <현대글로비스>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만든 자동차 운송을 담당하는 현대글로비스는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수에즈 운하 대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희망봉을 지나는 우회 항로를 이용하고 있다.

포스코는 운임료 인상 외에 이미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

철강·원자재 전문매체 칼라니쉬에 따르면 포스코 철강 화물을 광양항에서 터키 항구 젬릭(Gemlik)으로 싣고 가던 몰타 국적 상선 루엔호가 홍해에 들어가기 전 예멘 해안에서 나포됐다. 상선에는 약 3만6천 톤의 강철 코일이 선적돼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홍해 리스크가 국내 기업들의 수출을 좌지우지 할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기업들의 핵심 수출 비중은 유럽이 아닌 미국과 중국이라는 것이다.

김정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IT 품목이 항구가 아닌 항공 수출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 시클리컬(경기순환) 품목들의 항구 수출 내에서 중동·유럽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에서 홍해 리스크가 한국에 가져올 파급력이 일단 제한적일 것”이라며 “그러나 전반적인 운임비용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