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미국 반도체 투자 첩첩산중, 노사갈등 이어 지방정부 경험 부족도 문제

▲ TSMC 미국 파운드리공장 가동이 늦춰진 데는 노사갈등 이외에 공급망 차질과 물가 상승, 지방정부 경험 부족 등 여러 원인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TSMC 애리조나 반도체공장 건설 현장. < TSMC >

[비즈니스포스트]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신설하는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가동 일정이 지연된 데는 현지 노동자와 갈등 이외에 더 많은 원인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지 지방정부의 반도체공장 유치 경험 부족과 물류 이동 차질, 물가 상승과 소재 공급망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16일 “TSMC의 미국 반도체공장 운영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노사 갈등은 단지 한 가지 원인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TSMC는 당초 올해 말부터 애리조나 파운드리 생산공장을 가동할 예정을 두고 있었지만 이를 2025년으로 늦췄다.

건설 현장 노동자들이 안전 문제와 TSMC 대만 노동자 유입 등에 불만을 제기하며 사측과 갈등을 빚어왔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그러나 디지타임스는 관련업계에서 입수한 정보를 통해 애리조나 현지 지방정부의 경험 부족도 공장 가동이 늦어지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사태 여파가 지속된 2022년까지 TSMC가 미국으로 공장 건설에 필요한 원자재와 장비 물류 이동에 차질을 빚은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TSMC가 미국에 공장 건설을 시작한 뒤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심화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진 점도 부정적으로 꼽혔다.

그동안 주로 대만에 첨단 반도체공장을 건설해 온 TSMC가 미국의 지리적 요건과 물가 상승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 하면서 결국 건설 일정이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디지타임스는 “미국 정부가 TSMC에 보조금 등 금전적 지원을 약속했지만 이는 중장기적인 비용 상승을 만회하기 충분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인텔도 애리조나주 챈들러에 대규모 반도체공장을 건설하고 있어 TSMC와 비슷한 문제를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TSMC 미국 반도체 투자 첩첩산중, 노사갈등 이어 지방정부 경험 부족도 문제

▲  인텔의 미국 애리조나주 반도체공장 건설 현장. <인텔>


그러나 디지타임스는 TSMC 공장이 건설되는 애리조나 피닉스 지방정부가 이와 관련한 규제 및 승인 절차 등을 올바르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피닉스 지방정부가 챈들러와 달리 대규모 반도체공장을 유치한 경험이 없어 TSMC 반도체공장 건설에 필요한 과정을 효과적으로 지원하지 못 하고 있다는 것이다.

TSMC가 당초 애리조나 공장에 5나노 파운드리 미세공정 도입을 계획하다 이를 3나노 및 4나노 기술로 전환하기로 한 점도 차질에 원인을 제공하는 상황으로 파악된다.

지방정부 관계자들이 반도체 공정 기술 전환에 따른 재승인 절차 등을 올바르게 인식하지 못 하고 있어 일정에 지연이 불가피해졌다는 것이다.

디지타임스는 “TSMC 미국 공장 건설은 결국 지방정부와 현지 노동자들의 태도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며 “과거의 실패 사례를 재현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TSMC는 과거 미국에 8나노 웨이퍼 기반의 소규모 반도체공장을 운영했는데 운영 비용과 효율성 등 측면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해 사실상 실패를 거둔 적이 있다.

자칫하면 TSMC가 400억 달러(약 53조 원)의 투자를 예고한 애리조나 파운드리 공장도 비슷한 길을 걷게 될 수 있다는 의미다.

TSMC뿐 아니라 인텔과 삼성전자도 미국 정부 지원을 기대하며 대규모 반도체 생산공장 건설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텔 애리조나 공장은 기존 생산시설이 위치하던 지역이고 삼성전자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도 이미 파운드리 생산공장이 운영되는 텍사스 오스틴과 지리적으로 근접해 있다.

반면 TSMC는 이러한 기반이 없이 완전히 새로운 시도에 나서고 있는 만큼 시행착오를 겪는 일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디지타임스는 “TSMC 미국 공장에는 정부 보조금 불확실성과 물가 상승 압박에 이어 인력 확보 문제, 고객사 수주 등 많은 어려움이 자리잡고 있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