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2024년에도 국내 부동산시장은 주택착공과 매매거래량 저하 등 업황 한파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주택 착공실적은 2022년부터 금리인상, 공사원가 상승 등으로 감소세를 보여왔다.
국토교통부 주택통계 자료에 따르면 국내 주택 착공 규모는 2019년 47만8949세대, 2020년 52만6311세대, 2021년 58만4천 세대로 증가하다 2022년 38만3404세대로 꺾였다. 2023년 11월까지 누계 착공물량은 17만378세대로 급감했다.
2022년과 2023년(11월까지 누계) 주택 착공 물량은 각각 전년 대비 34.3%, 52.4% 감소했다. 건설사들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우려가 다시 확산하면서 올해 건설경기 전망도 밝지 않다.
주택 착공실적은 건자재 시장 수요의 선행지표다.
실제 KCC글라스와 LX하우시스는 최근 몇 년 수익성 저하에 고전하고 있지만 2019~2021년 주택 호황기에 힘입어 2022년까지 매출은 성장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수익성 개선은 물론 매출 둔화에도 대응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건자재업계는 국내에서 눈을 돌려 해외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해외로 영토를 넓혀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고 고부가가치 사업을 확대하는 데 힘을 싣는 모습이다.
KCC글라스는 올해 인도네시아에 첫 해외 생산공장을 준공한다. 2020년 KCC에서 분할해 나온 뒤 2021년부터 매출 비중이 가장 큰 유리사업의 글로벌시장 진출을 위해 준비해온 것이다.
KCC글라스는 2023년 3분기 기준 건축용 판유리와 자동차 안전유리 등 유리부문 매출비중이 59.3%, 인테리어·유통부문이 37.3%, 파일부문이 3.4%를 차지한다.
매출 구성에 따른 전방산업 노출 비중은 건설 56%, 자동차 33%, 무역 11% 안팎으로 나이스신용평가는 분석했다.
KCC글라스는 인도네시아 생산공장을 발판으로 동남아부터 중동, 호주 등 해외 신규시장 진출을 추진한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KCC글라스는 2023년 10월 전문경영인체제에서 정몽익 회장의 단독대표 오너경영체제로 전환했다. 해외 신시장 개척을 위한 투자에 더욱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KCC글라스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공장은 2분기 완공 뒤 테스트 기간을 거쳐 올해 안에 본격적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국내에 머무르지 않고 지리적 요충지인 인도네시아를 해외사업 기지로 삼아 유리사업 등의 고부가가치화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KCC글라스 인도네시아 공장은 중부 자바지역의 산업단지 안 48만9256㎡ 규모 부지에 짓고 있다. 준공되면 한 해 판유리 약 43만8천 톤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KCC글라스는 사업보고서에서 인도네시아 공장 투자에 관해 인도네시아는 수도 이전 등 대형 프로젝트로 건설시장의 지속적 성장이 예상되고 경제 규모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는 인구 수도 약 2억7천만 명으로 중국, 인도, 미국 등에 이어 세계 4위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에 주택, 인프라 등 건설산업분야 성장 잠재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인도네시아 공장은 북미를 중심으로 한 바닥재, 유럽을 겨냥한 필름사업에 더해 유리사업부문에서 해외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현재 KCC글라스 해외사업은 바닥재와 필름 등 건자재를 중심으로 한 북미 등 시장 수출이 중심이다.
KCC글라스는 2022년부터 해마다 연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북미 최대 규모 바닥재 전시회인 ‘TISE’에 참가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늘리고 있다. 올해도 TISE에 전시관을 꾸리고 바닥재 기술과 제품을 시장에 소개할 예정이다.
지난해 5월에는 독일 쾰른에서 열린 국제 가구 및 인테리어 기자재 전시회에도 참가해 친환경기술을 접목한 고기능성 필름 200여 종류를 전시했다.
2023년 3분기 기준 전체 매출에서 수출 비중은 20.2% 수준이다.
▲ 한명호 LX하우시스 대표이사 사장.
LX하우시스는 올해 해외 주력시장인 북미에서 신설 멕시코법인을 통한 현지화 전략과 매출 확대에 더욱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건설경기 위축에 따른 성장 둔화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양다은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LX하우시스는 2023년 주택매매량 급감으로 바닥재 등에 관한 B2C 수요가 저하되면서 건축자재부문 외형이 축소됐다”며 “공사원가 상승, 금리인상 등으로 국내 주택 착공실적이 급감을 지속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2024년부터는 건축자재부문 B2B(기업 사이 거래) 매출도 저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LX하우시스는 앞서 2023년 3분기 미국법인 LX하우시스아메리카 산하에 LX하우시스멕시코를 신설했다.
지난해 말에는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지역에 고급 인조대리석인 엔지니어드 스톤 전문 전시장인 ‘비아테라 쇼룸’도 새롭게 열면서 B2C(일반 소비자와 거래)시장 접점 확대에 나서고 있다.
LX하우시스는 해외 신규시장 확대에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LX하우시스는 2023년 독일에서 열린 가구·기자재 전시회 ‘인터줌’ 전시관 규모를 예년보다 30% 확장했고 유럽 5대 가구기업과 미팅을 진행했다. 인도와 중동 등 신흥시장 사업 확대를 위한 영업활동도 펼쳤다.
LX하우시스는 수익성부분에서는 이미 해외 고부가가치 인조대리석사업 확대를 통한 성과를 내고 있다.
LX하우시스는 2023년 3분기 누적으로 미국법인에서 매출 3960억 원, 당기손익 140억 원을 거뒀다. 2022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9.8%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976.9% 급증했다. 영업이익이 10배 가까이 늘어났다.
LX하우시스는 앞서 2022년 국내 부동산 경기악화,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78.8% 급감한 149억 원을 보였다. 미국법인이 호실적을 낸 2023년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는 1373억 원으로 2022년보다 821% 증가한 것으로 예상됐다.
회사의 전체 영업이익률도 2022년 0.4% 수준에서 2023년 3분기 기준 3.8%로 높아졌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