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미국 반도체 투자에 변동 없다", 류더인 회장 사임 관련한 의혹 반박

▲ TSMC가 류더인 회장의 사임을 둘러싼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미국 반도체공장 투자를 줄일 계획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류더인 TSMC 회장.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류더인 회장의 퇴임 이후에도 미국을 비롯한 해외 반도체공장 투자 계획을 축소할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류더인 회장이 무리한 해외 투자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게 됐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12일 대만 경제일보에 따르면 류더인 TSMC 회장이 올해 임기를 마치고 은퇴하겠다는 뜻을 밝힌 배경을 두고 현지언론을 중심으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TSMC는 최근 발표자료를 통해 류 회장의 퇴임 소식을 알리며 웨이저자 CEO(최고경영자)가 다음 회장 후보로 내정돼 올해 중순 열리는 주주총회 뒤 임기를 시작한다고 전했다.

대만 주요 매체들은 장중머우 전 회장이 간담회를 열고 직접 자신의 사임을 발표한 반면 류 회장은 TSMC에서 내놓은 자료를 통해서만 이런 사실을 밝힌 점에 의문을 내놓았다.

류 회장이 TSMC의 해외 반도체공장 투자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지만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어 경영에서 물러나게 된 것이라는 관측이 일각에서 힘을 얻었다.

TSMC의 미국 애리조나 반도체공장 가동 지연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120억 달러(약 15조7500억 원) 규모 투자가 집행되는 TSMC의 애리조나 제1 반도체공장은 당초 올해 말부터 가동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시기가 2025년 하반기로 1년 가까이 미뤄졌다.

미국 정부가 TSMC에 약속한 반도체 투자 보조금을 받게 될 시기와 금액이 모두 불투명해지고 미국 내 노동자들의 인건비 부담도 커진 점이 이유로 꼽혔다.

경제일보는 “류더인 회장이 미국 공장 가동 차질에 책임을 안고 회사를 떠나게 됐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이어졌다”며 스스로 사임을 결정한 것이 아니라는 관측이 힘을 얻었다고 전했다.

TSMC가 결국 류 회장의 사퇴를 계기로 미국을 비롯한 해외 반도체공장 투자 규모를 축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유력하게 나왔다.

현재 TSMC는 미국에 모두 400억 달러(약 52조4800억 원)를 들여 두 곳의 반도체 생산공장을 신설한다는 계획을 두고 있는데 새 회장 취임 뒤 계획이 변동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과 독일 등에 건설되고 있는 TSMC의 반도체공장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거론됐다.

그러나 TSMC 관계자는 경제일보를 통해 이러한 관측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미국 반도체공장 건설은 기존 예정대로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TSMC "미국 반도체 투자에 변동 없다", 류더인 회장 사임 관련한 의혹 반박

▲ TSMC 미국 애리조나 반도체공장 건설 현장 사진. < TSMC> 

TSMC 관계자는 애리조나 반도체공장의 장비 반입 등이 정해진 일정대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가동 지연이 실질적으로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 공장의 인건비 부담도 큰 변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TSMC가 모두 7만 명에 이르는 임직원을 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약 1천 명을 고용하는 미국 공장이나 600여 명을 고용하는 일본 반도체공장 인건비는 부담되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류더인 회장 퇴임이 TSMC의 투자 축소를 이끄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은 낮다는 의미다.

TSMC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 독일 반도체공장 투자 계획 모두 변경된 것이 없다”며 류 회장이 사임한 것과 별도의 발표행사를 열지 않은 것은 전적으로 스스로의 결정이었다고 전했다.

류 회장이 만약 올해 연임을 한다면 다음 임기를 마칠 때 73세의 나이가 되는 만큼 TSMC의 사업을 이끌어가는 데 부담을 느꼈다는 것이다.

TSMC는 내년부터 가동을 시작하는 애리조나 제1 공장에서 애플 등 주요 고객사 반도체를 4나노 미세공정으로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이후 착공하는 제2 반도체공장에는 3나노 미세공정 도입이 예고되어 있다.

다만 미국 정부가 반도체 지원법(CHIPS Act) 시행에 따라 TSMC 반도체공장에 제공할 보조금 및 세제혜택 규모를 아직 확정하지 않은 만큼 가동 일정에는 여전히 변수가 남아 있다.

TSMC의 파운드리 최대 경쟁사인 삼성전자도 이르면 올해 안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신설하는 4나노 반도체공장 가동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