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사외이사는 외풍에 버틸까, 사장 선임서 'KT·포스코와 다른 길' 주목

▲ KT&G가 새 사장 선임 절차를 본격화했다. 사진은 서울 KT&G 영등포지사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KT&G의 새 사장 선임 절차에 변수가 하나 사라졌다.

백복인 KT&G 대표이사 사장의 4연임 도전 여부를 놓고 말들이 많았는데 백 사장이 용퇴를 결정하면서 구설수가 될 만한 요소 하나는 덜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KT와 포스코의 사례를 볼 때 KT&G와 같은 소유분산기업이 받게 될 외풍은 앞으로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은데 이 과정에서 사장 후보 선임을 결정할 사외이사들이 얼마나 독립성을 유지할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KT&G에 따르면 사외 후보 14명, 사내 후보 10명 등 모두 24명을 대상으로 새 사장 후보군이 추려지면서 앞으로 KT&G 사외이사들의 역할도 더욱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KT&G는 현재 ‘지배구조위원회→사장후보추천위원회→이사회 및 주주총회’ 순서대로 사장 선임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다.

지배구조위원회는 롱리스트를 만든 만큼 앞으로 외부 전문가 5인으로 구성된 인선자문단의 의견을 받아 사장 후보 심사대상자(숏리스트)를 추린다.

1월 말부터 가동될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배구조위원회로부터 넘겨받은 숏리스트를 가지고 체계적이고 심층적인 논의를 거쳐 2월 말 최종 후보자를 선정하고 이사회에 보고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이 과정을 살펴보면 사외이사의 역할이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KT&G 지배구조위원회는 현재 사외이사 6명 가운데 1명을 제외한 5명으로 구성돼 있다. 롱리스트의 선정 권한이 사실상 사외이사 5명에게 있는 것이다.

사장후보추천위원회 역시 사외이사들의 몫이다.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이사회 내 비상설 위원회라 1월 말 구성되는데 정관에 따르면 사외이사 6인 이내의 사외이사와 현직 사장 1인 등 7인 이내로 조직돼야 한다. 하지만 KT&G는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사장 1인을 제외한 사외이사 6명 가운데 일부 인원만으로 사장후보추천위원회를 만들기로 했다.

지배구조위원회와 사장후보추천위원회 모두 사외이사들의 의견에 따라 후보가 결정되는 셈이라 사실상 사장 선임의 모든 열쇠를 사외이사들이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장 선임 안건을 주주총회에 올리는 안건을 결의할 이사회 역시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6명으로 사외이사 의견을 중요하게 본다.

사외이사들이 앞으로 KT&G 사장 선임 과정에서 얼마나 독립성을 유지하느냐가 새 사장 선임을 둘러싼 공정성 시비를 차단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인 셈이다.

사외이사의 역할론과 관련한 얘기가 중요하게 떠오르는 이유는 소유분산기업이라는 특성을 지닌 KT&G가 새 사장을 뽑을 때 결국 외풍에 흔들리지 않겠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소유분산기업이란 지분이 잘게 분산돼 확실하게 회사를 통제할 수 있는 대주주가 없는 기업을 말한다. 과거 정부가 지분을 보유했지만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민간으로 지분이 넘어간 KT와 포스코, KT&G 등이 소유분산기업으로 묶인다.

2023년 2분기 말 기준 KT&G의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주요주주는 중소기업은행(6.93%), 국민연금공단(6.31%), 미국 투자기관 퍼스트이글매니지먼트(7.12%)다.

최대주주가 확실하게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구조 아래 정부측 지분이 적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사실상 KT&G 사장을 결정할 것이라는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KT&G 사외이사는 외풍에 버틸까, 사장 선임서 'KT·포스코와 다른 길' 주목

▲ KT&G는 KT, 포스코처럼 지분이 잘개 나뉘어 있는 '소유분산기업'이라는 점에서 외풍에 흔들리기 쉬운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 왼쪽부터 구현모 전 KT 대표이사 사장, 백복인 KT&G 대표이사 사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KT와 포스코 사례는 이런 시각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사례다.

KT는 지난해 초 새 대표이사를 뽑는 과정에서 결정을 몇 번이나 번복할 수밖에 없었다.

애초 연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던 전 대표이사 구현모 사장이 여권의 지속적 압박 탓에 후보군에서 스스로 내려왔으며 이후 이사회가 선정한 대표이사 후보 윤경림 전 KT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사장 역시 국민연금공단과 여당 등 정부 측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사퇴했다.

그 누구도 정부의 압력 탓이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권 유력 의원들이 새 사장 후보에 대한 볼멘소리를 내자 국민연금공단이 움직였고 이후 후보자가 사퇴하는 일이 두 차례나 연속으로 반복됐다는 점에서 사실상 ‘허약한 지배구조에 따른 촌극’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현재 사장 선임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포스코도 마찬가지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최근까지만 해도 회장 연임 의사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포스코홀딩스 CEO후보추천위원회는 최근 위원회를 열고 최 회장을 ‘평판 조회대상자’에서 탈락시켰다.

최 회장의 연임이 사실상 무산된 셈인데 이 배경에는 국민연금공단의 압박이 있었다는 것이 재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2023년 12월28일 일부 매체와 인터뷰에서 “기존의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된 포스코 CEO후보추천위원회가 공정하고 주주 이익을 충분히 대변할 수 있는지는 주주, 투자자와 시장에서 적절히 판단할 것이다”며 “포스코홀딩스 대표선임은 내외부인 차별 없는 공평한 기회가 부여돼야 하며 공정하고 투명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공개적으로 이뤄져야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최 회장의 재연임에 제동을 건 인터뷰로 풀이됐는데 이에 영향을 받아 CEO후보추천위원회가 최 회장을 내부 후보군에서 제외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아직도 무성하다.

백복인 사장이 연임을 포기한 것도 결국 다른 회사처럼 구설수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 이를 미리 피한 결정이라는 시각도 많다.

KT&G 관계자는 “회사는 백복인 사장이 용퇴 의사를 표명하기 전인 지난해 12월 선제적으로 연임우선심사제를 폐지하고 완전 개방형 외부 공모를 진행하는 등 공정하고 객관적인 CEO 선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사장의 용퇴 결정에 국민연금공단 등의 연임 포기 압박은  전혀 없었으며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진 CEO 개인의 용단임을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