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과 중국 증시가 연초 부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일본증시(닛케이225 기준)는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차별화의 근본 요인으로 미중 패권경쟁을 꼽는다.
 
한중일 가운데 ‘나 혼자’ 잘 나가는 일본 증시, 반도체와 저PBR주 주목

▲ 연초 일본 증시 상승률이 한국과 중국 증시를 앞서 나가고 있다.


일본증시 독주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특히 글로벌 공급망 재편, 반도체업황 회복에 따라 일본 반도체주와 PBR(주가순자산배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종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이날까지 코스피 지수는 3.80% 하락했다. 상해종합지수도 같은 기간 3.11% 내렸다.

반면 닛케이 지수는 1월4일을 제외하고 전 거래일 상승하며 4.86% 올랐다.

한중일 3국 증시는 지난해 말부터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글로벌 반도체업황 회복 가능성이 높아지며 연초 반등할 거란 기대감이 컸으나 상반된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다.

일본증시는 복합적 요인으로 강세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초저금리 정책에 따른 엔화 약세로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는 가운데 신NISA(소액투자비과세제도) 시행에 따라 5~6조 엔 규모의 개인투자자 매수 자금도 유입되고 있다.

여기에 제조업 생산활동 회복, 여행객 소비 증가, 정부의 대규모 경제 부양 계획 등으로 일본경제가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할 거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한중일 증시 수익률 차별화를 이끈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는 미국과 중국 패권경쟁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꼽힌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중일 증시 차별화의 가장 큰 요인은 미중 갈등 혹은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의 피해와 수혜 강도다"며 "한국이 대충 수출에서는 일본에 비해 큰 상처를 입고 있다"고 바라봤다.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은 중국경제에 타격을 입히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일본경제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중국경제와 동조화 현상이 상대적으로 약한 일본경제는 타격을 덜 받고 있는 것이다.

미중 갈등이 본격 시작된 2018년으로 시계열을 넓혀 살펴보면 한중일 증시 차이는 더욱 명확히 나타난다.

2018년 1월 대비 닛케이는 49% 상승했으나 코스피와 상해지수는 각각 1%, 17.3% 하락했다.

한국과 중국증시가 일본증시 상승률을 따라잡기 위해선 올해 중국경기 반등이 중요한데 전문가들은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현재 중국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개인들의 소비력 약화다”며 “중국정부가 적극적 재정정책을 펼쳐도 수요를 자극해 경기와 증시가 반등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반면 일본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선 올해 일본증시가 버블 이전 기록한 사상 최고점(3만8957엔)을 넘어설 거라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

요시노 유타카 SMBC닛코증권 수석 테크니컬 연구원은 “닛케이는 올해 봄 3만4600엔 대에 있다가 연말에는 3만9100엔 대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갱신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히로키 타카시 마넥스증권 수석 전략가도 “닛케이는 견조한 기업실적에 힘입어 연말에 사상 최고치인 4만2천 엔을 기록할 것이다”고 예상했다.
 
한중일 가운데 ‘나 혼자’ 잘 나가는 일본 증시, 반도체와 저PBR주 주목

▲ 도쿄증권거래소는 상장기업들의 PBR 제고를 주문하고 있다.


한중일 가운데 일본증시의 ‘나홀로 상승세’가 올해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큰 셈인데 전문가들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 반도체 업황 반등에 따른 수혜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바라본다.

김채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토요타자동차는 글로벌 공급망 회복 및 재편에 따른 자동차 생산 회복이 기대된다”며 “레이저테크의 경우 반도체의 적층화, 미세화, 제각기간 단축화 등 기술발달에 따라 검사장비 수요 급증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은 올해 일본은행의 금융정책 변경에 따른 이익 체력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PBR(주가순자산배율)이 낮은 종목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 도쿄증권거래소는 현재 시장 개선의 일환으로 PBR이 1배를 밑도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PBR 수준을 높일 것을 압박하고 있다.

현재 일본증시에서 PBR이 가장 낮은 5개 종목은 도쿄전력홀딩스(0.29배), 닛산자동차(0.41배), 일본테레비홀딩스(0.44배), 코니카미놀타(0.44배), 일본이타가라스(0.45배) 등이다.

김채윤 연구원은 “미국 소비의 단단함, 반도체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 상장기업 개혁안 등이 일본 증시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일본증시는 2024년 사상 최고가 경신을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