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범 KDB대우증권 사장이 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 사퇴의사를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KDB금융지주는 실적부진에 따른 부담이라고 하지만 대우증권 내부에서 경영을 놓고 해묵은 갈등이 터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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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범 KDB대우증권 사장 |
KDB금융지주는 김 사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사퇴의사를 밝혔으며 오는 31일 열릴 예정인 정기이사회에서 김 사장의 사퇴가 결정될 것이라고 30일 밝혔다. 김 사장은 사퇴가 확정될 경우 8개월여 남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게 된다.
김 사장은 사퇴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KDB금융지주는 김 사장이 실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려고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김 사장은 증권업계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KDB대우증권을 이끌며 지난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등 경영능력에 대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KDB대우증권은 1분기에 613억 원의 영업이익과 460억 원의 순이익을 올려 업계 1위에 올랐다. 2분기에도 450억 원 정도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증권업계는 오히려 대우증권의 경영을 놓고 김 사장과 KDB금융이 사사건건 충돌해왔던 점을 주목한다.
김 사장과 KDB금융은 구조조정 문제를 두고 지난 6월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증권업계의 불황에도 점포를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해 KDB금융과 시각차이를 보였다.
김 사장과 KDB금융과 갈등은 그 골이 깊다.
김 사장은 2012년 6월 KDB대우증권 사장으로 선임 된 뒤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했다. 인도네시아 등 성장 잠재력이 큰 신흥국에 종합증권사를 육성하고 선진국에서 자기자본투자 전문회사를 키우는 등 지역별 맞춤전략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김 사장의 이런 계획은 KDB금융의 반대로 제동이 걸렸다. KDB금융은 해외진출 계획에 대해 위험성이 크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 이 과정에서 KDB금융이 김 사장에게 사퇴를 종용하기도 했다는 말도 나돌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KDB금융이 최근 김 사장에게 사퇴를 종용했고 김 사장은 임기기간에 경영계획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일부 인사들은 대우증권 매각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 차원에서 KDB금융이 김 사장을 퇴임시키려 한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KDB금융지주가 정책금융공사와 산업은행 통합에 이은 KDB대우증권 매각을 앞두고 이에 적절한 인사를 앉히려 한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강만수 KDB금융지주 회장 시절 임명됐다. 홍기택 회장 취임 이후 잔여임기를 보장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에 결국 퇴진의 상황에 몰렸다.
김 사장은 1988년 대우투자자문 국제업무과장으로 입사한 후 대우증권 헝가리법인과 런던법인 사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2007년 메리츠증권 대표이사로 잠시 대우증권을 떠났다가 2012년 대우증권 사장으로 복귀했다.
업계는 김 사장이 퇴진할 경우 내부인사가 사장직을 승계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KDB금융이 늦어도 내년 중반에 KDB대우증권을 매각할 가능성이 높아 외부공모를 하더라도 후임자를 찾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내부인사 가운데 KDB산업은행 부행장 출신인 이삼규 대우증권 수석부사장이 거명된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대우증권이 실적이 개선되는 등 대우증권 내부에서 김기범 사장의 입지는 확고한 편"이라며 "김 사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에 당혹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