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 프랑스 국회에 출석한 아녜스 파니에 루나셰 에너지전환부 장관.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원전 강국 프랑스가 규제 개정을 통해 국내 수력발전 사업에 외부 투자를 유치한다.
노후원전 대체와 화석연료 감축을 동시에 추진하다 보니 대체에너지 확보가 어려워진데다 원전을 반대하는 국민 여론이 높아진 것이 수력발전 확대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8일(현지시각) 프랑스 경제전문지 르에코(Les Echos)는 프랑스 정부가 15년 동안 프랑스 수력발전업계의 발목을 잡아온 규제 개정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녜스 파니에 루나셰 프랑스 에너지전환부 장관은 르에코와 인터뷰에서 “현재 프랑스의 수력발전사업 양허가 제도를 개정해 유럽연합(EU) 규제에 걸맞게 수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프랑스는 앞서 몇 년 동안 수력발전 사업에 관한 규제 개혁을 고려해왔고 유럽연합은 프랑스 전력공사가 독점하고 있는 수력발전 사업권을 개방하라는 권고를 수차례 해왔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수력발전업계는 사실상 프랑스 전력공사(EDF)가 독점하고 있다. 프랑스의 수력발전 관련 환경규제가 유럽연합 법에 부합하지 않아 외부 사업자의 사업권 수주가 어려웠던 것이 원인이다.
로이터는 이 때문에 프랑스는 국내 수력발전소 개선작업이나 기술 발전에 따른 발전 설비 현실화를 진행하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매체들은 이번 개정으로 외부 투자를 유치할 수 있게 되면 침체기를 겪고 있는 프랑스 에너지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 지난해 12월 원자력 안전법 개정에 반대해 프랑스 파리에 군집한 시위대. 시위대가 들고 있는 팻말에는 '원자력, 모든 것을 파괴하는 데는 3주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적혀 있다. <연합뉴스> |
사실 현재 프랑스는 세계 1위의 원전 강국이다. 전체 발전량의 70%를 차지하는 프랑스 원전은 규모의 경제를 구축해 유럽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거래가격이 크게 저렴하다.
유럽에너지거래소(EEX) 기준 2023년초 프랑스의 평균 에너지 거래가격은 1메가와트시당 150유로(약 21만 원) 전후였다. 독일이 원자력을 퇴출하기 전인 2022년 1메가와트시당 235유로였던 데 비하면 프랑스 원전은 85유로 저렴하다.
하지만 프랑스 에너지 업계는 전력 공백 위기에 직면해 있다.
세계원자력협회(WAN)에서 지난해 8월 발간한 '프랑스 에너지 현황'은 노후 원전의 퇴역 시기와 수리기간에 맞춰 대체에너지원을 마련하지 못한 것을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했다.
2022년 기준 프랑스 원자력 발전 규모는 282테라와트시(TWh)였다. 10년간 평균치인 395테라와트시와 비교하면 30% 이상 낮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8월 프랑스의 전력가격은 1메가와트시(MWh)당 1천 유로(약 144만 원) 이상으로 치솟기도 했다.
세계원자력협회는 2026년 준공이 예정된 신규 원전 6곳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발전량 감소 문제가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원전의 발전량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력이 프랑스 에너지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로 원자력 다음으로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전력 설치 규모(installed capacity)로는 약 15%를 차지한다.
프랑스에서 원자력 발전소 퇴역으로 발생한 에너지 공백을 채울 수 있는 것은 수력발전이 가장 유력하다는 뜻이 된다.
화석연료 감축 과정에서 수력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에너지전환부는 2035년 화석연료 감축목표를 2012년 대비 40% 감소에서 65%까지 확대할 것으로 발표한 바 있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프랑스 정부는 2026년부터 추가 13기가와트 규모 대체에너지원 확보에 나선다.
루나셰 장관은 현지언론 라 트리뷴과 7일(현지시각) 인터뷰에서 "현재 프랑스는 대체에너지원에 기반을 둔 전력 자립을 위해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나 충분하지 않다"며 "기존 원전들이 퇴역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확히 어떤 수단을 동원해 추가 전력원을 확보할 것인지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블룸버그와 로이터 등 주요 외신들은 원자력이 핵심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프랑스 정부의 원자력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개편 계획이 우익 정치권과 재생에너지 연합(SER)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반대에 직면한 상황이라 재생에너지 확대안도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줄스 닛센 재생에너지연합 회장은 8일(현지시각) 라 트리뷴을 통해 “정치인들이 재생에너지와 관련된 논란이 휘말리고 싶어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법안의 현실적 집행보다는 본인의 득표율을 우선하는 상황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