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쿠텐의 '괴짜' CEO, 미키타니 히로시의 혁신 아이디어  
▲ 미키타니 히로시 회장.

미키타니 히로시 회장은 일본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괴짜 경영자로 통한다.

그는 일본 최대의 온라인쇼핑몰 ‘라쿠텐’을 창업한 인물이다.

은행원 출신으로 보수적이고 전통을 중시하는 일본 경제계에 새바람을 불어넣은 주인공이기도 하다.

미키타니 회장의 저서 ‘라쿠텐 스타일’(미래의창, 이수영 역)은 ‘상식을 파괴하고 혁신을 즐겨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그가 일본 IT업계의 '룰 체인저'로 평가받고 라쿠텐을 일본의 아마존 혹은 알리바바로 키워낸 비결이 담겨 있다.

미키타니 회장은 막 30세가 된 1995년 인생을 바꾸는 주사위를 던지기 전까지만 해도 하버드대 MBA 출신의 엘리트 은행원이었다.

일류 은행으로 손꼽히는 니혼코교 은행을 박차고 나와 1996년 크림존그룹을 세우며 창업가로 변신했다. 이어 이듬해 2월 MDM(현 라쿠텐 주식회사)을 설립하며 ‘라쿠텐시장’을 열어 인터넷쇼핑몰사업에 뛰어들었다.

라쿠텐은 2000년 자스닥에 상장됐고 20년 가까이 일본 최대의 토종 인터넷쇼핑몰 자리를 지키고 있다.

미키타니 회장은 인수합병(M&A) 등으로 사업 영토를 넓히는 데도 과감한 모습을 보였다. 라쿠텐이 인수합병한 회사만 해도 캐나다의 전자책 서비스 기업 코보(Kobo)를 비롯해 수십개가 넘는다.

2004년 일본프로축구(J리그)단 비셀 오너를 인수해 구단주로 취임했다. 또 일본 프로야구 사상 50년 만에 신생구단 도호쿠 라쿠텐 골든이글스를 창단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미키타니 회장은 경영에서도 파격적인 실험을 주저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전통적인 일본기업들이 보수적이고 변화를 꺼리는 풍토와 대비된다.

그가 시도한 조직 혁신의 대표적 사례가 사내 영어공용화다. 2010년 미키타니 회장은 “앞으로 업무에 관한 모든 언어를 영어로 통일하겠다”고 7천여 임직원들에게 선포했다.

영어에 능숙한 직원들조차 경악하게 만든 조처였다. 사내 게시판은 물론 엘리베이터나 사내 카페테리아에 이르기까지 모든 안내문과 메뉴 등이 영어로 바뀌었다. 미키타니 회장의 ‘잉글리나이제이션’은 라쿠텐뿐 아니라 일본 경제사회에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어리석은 짓’이란 비난도 끊이지 않았다.

그가 의도했던 것은 단지 임직원들이 영어를 잘해 글로벌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수직적인 조직문화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변화에 둔감한 일본 경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대안이었던 셈이다.

  라쿠텐의 '괴짜' CEO, 미키타니 히로시의 혁신 아이디어  
▲ 미키나티 히로시 저 '라쿠텐 스타일.'(미래의 창)
미키타니 회장은 인터넷이 ‘행복을 만드는 도구’라는 생각한다. 인터넷쇼핑몰 사이트도 획일적인 양식으로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이 뭔가 새롭고 즐거운 것을 찾고 싶은 기분이 들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쇼핑몰과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하려는 시도는 오늘날의 시점에서 보면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는 것이지만 물건을 획일적으로 나열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던 초창기만 해도 혁신적인 발상이었다.

미키타니 회장은 책 서문에서 “언제나 그렇듯이 기존의 룰을 깬다는 것은 쉽지만은 않았다”고 털어놨다. 가시적인 결과물을 내놓기도 힘들고 아픔도 동반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룰을 깨야 하고 그것이 비즈니스의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 2011년 라쿠텐이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 탈퇴를 결정하고 이를 기자회견 같은 기존의 방식이 아닌 트위터를 이용해 발표한 것도 좋은 예다.

혁신이 기업 혹은 기업인들의 최대 화두가 된 것은 새로울 것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기존의 틀에 안주하지 않고 구체적으로 혁신을 실천하기란 언제나 쉽지 않다. 이 책은 그가 20여 년 동안 비즈니스 현장에서 룰을 깨기 위해 시도했던 아이디어들을 엿보게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