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 바이든에 '반도체 관세 도입' 검토 요구, 중국 물량공세 위협 경계

▲ 미국 하원의회가 조 바이든 대통령에 서한을 보내 중국산 구형 공정 반도체를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하원의회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향해 구형 공정을 활용하는 중국산 반도체를 대상으로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등 대책을 요구했다.

중국 정부가 미국의 규제 대상에 포함된 첨단 기술 대신 오래된 공정이 적용되는 범용 반도체를 중심으로 물량공세를 벌일 채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8일 “하원의회 소속 양당 대표가 바이든 정부를 향해 중국의 구형 반도체 시장 지배력 강화를 막는 더 강력한 대응 방안을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하원의회 소속 의원들은 바이든 정부가 중국에 구형 반도체 의존을 낮추기 위해 추가로 관세를 도입하는 등 새로운 조치를 내놓아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는 현재 중국을 상대로 다수의 강도 높은 반도체 관련 무역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첨단 공정기술 기반의 반도체는 군사무기나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분야에 쓰일 수 있어 중국의 기술 발전을 막는 일이 미국 안보 강화에 필수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구형 공정 반도체는 전자제품과 자동차, 가전 등 훨씬 폭넓은 분야에 쓰인다. 미국은 지금까지 중국의 구형 반도체를 대상으로 규제를 적용하는 데 소극적 태도를 보여 왔다.

중국이 전 세계 구형 반도체 공급량의 상당수를 책임지고 있는 만큼 규제 영향으로 생산 차질 등이 빚어지면 자연히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이 입수한 서한에 따르면 하원의원들은 중국이 구형 반도체 공급망에서 지나친 시장 지배력을 확보해 이를 무기화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중국에 구형 반도체 공급망 의존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을 빠르게 찾아내 의존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반도체기업들이 미국 규제에 대응해 첨단 반도체 대신 구형 공정기술 기반 제품에 생산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점도 배경으로 꼽혔다.

앞으로도 미국 정부 규제가 첨단 공정에만 집중된다면 중국이 더욱 공격적으로 구형 반도체에 물량공세를 벌여 시장 지배력을 더욱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올해 중국의 28나노 이상 구형 공정 반도체 출하량이 2022년과 비교해 1.3배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최근 내놓았다.
 
미국 의회 바이든에 '반도체 관세 도입' 검토 요구, 중국 물량공세 위협 경계

▲ 중국 SMIC 반도체 생산공장 내부 참고용 이미지. < SMIC >

하원의원들은 미국 정부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구형 반도체 공급망을 보호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며 중국을 상대로 한 규제 강화를 촉구했다.

바이든 정부는 이미 중국에 구형 반도체 의존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최근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을 전수조사하며 특히 구형 공정 기반 반도체를 얼마나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중국산 구형 반도체를 규제 대상에 포함할 경우 자국 기업들이 받을 영향을 조사해 향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미국 하원의원들이 바이든 정부에 구형 반도체 규제 강화를 직접적으로 요구한 만큼 상무부의 대중국 추가 제재 논의는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공산이 크다.

다만 상무부 조사에서 미국 기업들이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중국에 의존을 낮추기 어렵다는 점이 파악된다면 서둘러 규제를 시행하기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 지원법에 따라 제공하는 보조금도 구형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에 활용한다는 방침을 두고 있다.

상무부는 최근 미국 마이크로칩테크놀러지에 1억6200만 달러(약 2133억 원) 규모 생산 투자 보조금 지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칩테크놀러지는 주로 자동차와 가전제품, 군사무기 등에 사용되는 구형 공정 반도체를 생산해 공급하는 미국 기업이다.

이러한 자국 기업의 반도체 생산을 확대해 중국산 제품에 의존을 낮추는 데 힘을 싣겠다는 바이든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정으로 해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미국의 구형 반도체 공급망을 국가 안보에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다”며 중국의 생산 확대로 미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고 있는 상황을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