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온난화 의외의 공범은 '비버', 가디언 "기후변화로 서식지 확대 우려"

▲ 알래스카에서 비버는 영구동토층 유실을 부추겨 기후위기를 앞당긴다. 댐을 짓고 있는 북미 비버. < Flickr >

[비즈니스포스트] 인류에 이어 북극 영구동토층 파괴자인 것으로 밝혀진 비버들의 서식지가 알래스카와 캐나다 북부로 퍼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후변화로 비버가 살 수 있는 땅이 늘면서 지구 온난화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현지시각) 가디언은 북극 일부 지방에서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못 보던 수원지'가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간이 아니라 비버들이 만든 연못이었다. 

알래스카 페어뱅크스 대학(AFU)의 켄 테이프 연구교수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알래스카 북사면 일대에서 일어난 현상은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지역의 변화를 관측하기 위한 시뮬레이션 모델을 만들고 있는데 현재 추세만 보면 알래스카 북사면 지역은 2100년이 되면 비버들에 점령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켄 테이프 교수는 알래스카의 비버 확산을 연구하는 국제연구진 가운데 한 명이다. 2022년 1월에는 비버가 영구동토층 유실을 부추겨 기후위기를 앞당긴다는 공동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비버의 활동이 영구동토층을 녹이는 이유는 비버가 만든 댐 때문이다. 비버가 집으로 삼는 댐이 만들어지게 되면 물길이 막혀 수원지가 생기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영구동토층이 침식되는 것이다.

또 물은 어는 점이 토양보다 높아 한 번 물에 침식된 영구동토층은 자연적으로 복구되기 어렵다.

테이프 교수는 "알래스카 북사면 일대에는 지난 20년 동안 1만2천 곳이 넘는 비버 수원지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원래 알래스카 북사면 일대는 북극권(Arctic Circle)에 속하는 지역으로 겨울에는 영하 30도 이상으로 떨어지는 곳이라 생물 서식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가디언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인해 알래스카 툰드라 지방에 관목과 덤불들이 자라면서 이를 주식으로 삼는 비버들이 서식지를 점차 넓힌 것으로 파악됐다.
 
북극 온난화 의외의 공범은 '비버', 가디언 "기후변화로 서식지 확대 우려"

▲ 비버들이 만드는 댐은 수원지를 늘려 강 생태계를 살리지만 알래스카에서는 영구동토층을 녹여 지구 온난화를 가속한다. 영구동토층은 거대한 탄소 저장소로, 특히 이산화탄소보다 80배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을 많이 품고 있다. 사진은 알래스카 유콘강의 비버댐. < Flickr >


이때 정착한 비버들이 만든 수원지가 영구동토층을 녹여 기온을 높이다 보니 더 넓은 지역이 비버 서식에 적합하게 변해 새로운 비버들이 유입되는 악순환이 만들어졌다.

이는 미 항공우주국(NASA)이 제공한 고해상도 인공위성 사진을 통해서도 드러났다. 

테이프는 "인공위성 사진에 드러난 강의 변화는 비버 활동이 기후변화를 가속시키는 악순환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며 "사진에 나온 수원지 하나하나가 상황을 악화시키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알래스카 페어뱅크스 대학은 미 항공우주국에서 얻은 사진에 기반해 올해 비버 수원지 조사와 북사면 일대 메탄 배출량 조사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테이프는 "비버 수원지 문제는 계속해서 면적을 넓혀가고 숫자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캐나다 북부까지도 퍼져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비버들이 서식지를 캐나다까지 확대하고 있는 지 여부를 놓고는 학자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린다.

캐나다 앵글리아 러스킨 대학의 헬렌 휠러 앵글리아 부교수는 가디언을 통해 "1960년대부터 보트와 드론 등을 동원해 지역을 관찰한 결과 비버 개체수가 약간 증가한 것이 보이기는 한다"며 "그러나 알래스카만큼이나 급격한 증가세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매해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상황을 주시하겠다"고 덧붙였다.

올해 2월 '북극 비버 활동 감시 네트워크'에 속해 있는 지역사회 구성원, 원주민 단체, 과학자들은 알래스카 페어뱅크스 대학에 모여 정기회의를 열 예정이다. 이들은 비버 관련 대책을 논의하고 방침을 결정하기로 했다.

테이프는 "비버 활동이 문제라고 파악되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며 "비버를 사냥하기로 결정하고 일시적으로 개체수를 줄여도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는 한 같은 문제는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