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위기, 돌파구 있나] 삼성전자 파운드리, 2나노에서 도약 노린다

▲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이 인텔과 TSMC 사이에 끼여 이른바 '샌드위치 위기'에 놓이게 됐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편집자 주>
2024년, 삼성전자가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수요 둔화로 암울했던 ‘혹한기’를 지나 따스한 봄을 맞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모든 주력 사업에서 모두 막강한 경쟁자를 두고 있어 자칫 잘못된 길로 들어섰을 경우 그동안 쌓아온 경쟁력을 모두 잃어버릴 수 있다는 ‘위기감’도 공존한다. 인공지능(AI)과 같은 새로운 기술을 중심으로 그 어느 해보다도 많은 경영환경의 변화가 있을 올해 삼성전자가 당면한 현안과 나아가야 할 길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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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삼성전자 메모리 ‘초격차’ 위협 요인 증가, 2024년 저력 보여준다 
[3] 삼성전자 파운드리, 2나노에서 도약 노린다 
[4] 삼성전자 노태문, 1위 수성 위해 AI폰으로 승부수
[5] 삼성전자 백색가전 위기, 한종희 초연결과 인공지능에 미래 건다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의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이 TSMC와 인텔 사이에 끼여 정체된 상황에 놓여 있다.

삼성전자는 기술 경쟁력 강화에 고삐를 죄며 2나노 공정을 상용화하는 2025년을 기점으로 도약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3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현재 가장 정밀한 3나노 공정에서 대형 고객사를 확보한 TSMC와 달리 퀄컴 등 주요 고객사의 요구사항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만 경제일보는 TSMC가 올해 공개될 퀄컴의 ‘스냅드래곤8 4세대’ 프로세서에서도 유일한 3나노 파운드리 업체로 자리잡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바라봤다. 스냅드래곤8 4세대는 2025년 양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일보는 “삼성전자의 3나노 파운드리 증설규모가 보수적 수준에 그쳐 퀄컴이 필요로 하는 생산능력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삼성전자가 수율과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퀄컴이라는 대형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퀄컴은 당초 스냅드래곤8 4세대 제품을 TSMC와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모두 생산하는 듀얼 소싱 전략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수율 개선과 가격경쟁력 확보여부 따라 방향이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TSMC는 2023년 말 3나노 파운드리 미세공정으로 애플과 미디어텍의 모바일 프로세서 수주를 따낸 바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경쟁사인 TSMC보다 먼저 글로벌 반도체업계 최초로 2022년 3나노 미세공정을 발표했지만 수주 경쟁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2021년 3분기 53.1%에서 2023년 3분기 57.9%로 높아진 반면 삼성전자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같은 기간 17.1%에서 12.4%로 쪼그라들었다.

여기에 후발주자인 인텔까지 파운드리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어 삼성전자 위기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인텔은 2024년 인텔 20A(2나노급), 2025년 18A(1.8나노급) 공정을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는데 이는 삼성전자의 2나노 양산 계획보다 다소 빠른 것으로 여겨진다.

게다가 미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인텔은 2나노 이하 미세공정의 핵심장비인 하이NA EUV(극자외선) 장비를 선점한 것으로 파악된다.

블룸버그는 네덜란드 장비업체 ASML이 지난해 12월 말 인텔의 오리건주 DX1 공장에 하이NA EUV 장비 출하를 시작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하이NA EUV는 차세대 반도체 노광장비로 2나노 이하 미세공정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쓰이는 핵심 기술을 구현하는데 반드시 필요하다.

EUV 장비는 ASML이 독점적으로 생산하고 있는데 공급 물량이 제한적인 반면 삼성전자와 인텔, TSMC와 SK하이닉스 등 세계 주요 반도체기업의 수요가 몰리고 있어 물량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인텔은 이미 ASML이 공급을 계획하고 있는 하이NA EUV 물량 10대 가운데 6대를 선점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와 TSMC,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이 남은 물량을 차지하기 위해 더욱 치열한 경쟁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위기, 돌파구 있나] 삼성전자 파운드리, 2나노에서 도약 노린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사진)은 삼성전자가 2나노 공정에서 앞서나갈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런 상황을 고려해 지난해 말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에 함께해 ASML 본사를 방문하고 차세대 EUV 장비 분야에서 협력관계를 다질 것을 구체화한 바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ASML과 함께 한국에 1조 원을 투입해 하이NA EUV 장비 관련 연구개발 센터를 공동으로 설립하고 운영하는데 뜻을 모았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이와 같은 연구개발 인프라 확충에 더해 그동안 3나노 공정부터 적용해온 새로운 반도체 제작 기술인 GAA(게이트올어라운드)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2나노 공정에서부터 치고 나갈 기회를 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해 5월 대전 카이스트에서 열린 강연에서 “냉정히 얘기하면 4나노 기술력은 우리가 TSMC에 2년 정도 뒤처졌고 3나노는 길이 다르지만 (경쟁력 차원에서) 1년 정도 뒤처진 것 같다”며 “다만 2나노로 가면 TSMC도 게이트올어라운드(GAA)로 갈 텐데 그때가 되면 TSMC와 같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게이트올어라운드(GAA)는 반도체 기본 구성요소인 트랜지스터에서 전류가 흐르는 채널과 이를 통제하는 게이트가 4면에서 맞닿게 하는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3나노 공정에서 세계 최초로 GAA를 적용했고 TSMC는 2나노에서 처음으로 GAA를 도입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지난해 3분기 3나노 공정의 GAA 기술 우수성과 4나노 공정 수율 안정성을 앞세워 분기 기준 최대 수주를 달성하면서 고객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정기봉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은 2023년 3분기 역대 분기기준 최대 수주를 달성하면서 미래 성장을 위한 기반을 확실하게 다졌다”며 “앞으로 GAA 3나노 2세대 공정을 본격적으로 양산하고 미국 테일러에 위치한 파운드리 공장을 가동해 경쟁사와 격차를 줄이는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GAA 기술을 선제 적용하면서 얻은 노하우에 더해 합리적 파운드리 가격을 내세워 2나노 공정에서 고객사 확장에 힘을 쏟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2나노 공정 시제품을 일부 대형 고객사에 선보이면서 경쟁사보다 낮은 가격에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주요 반도체 고객사들이 TSMC를 향한 의존도가 높아 2나노 공정에서는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계획하고 있는 점도 삼성전자의 이런 움직임이 효과를 거둘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성장하고 있는 첨단반도체의 대표제품으로 떠오르는 인공지능 반도체 파운드리 산업을 두고 “TSMC가 당분간 인공지능 반도체로 대변되는 첨단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첨단 반도체 설계기업(팹리스) 사이에서 삼성전자의 역할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