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은 세계가 선거로 후끈, 전환점 앞둔 기후변화 대응 리더십

▲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2023년 9월13일(현지시각)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2024년 세계 곳곳에서는 각국의 정치 지형에 변화를 큰 불러올 전국 단위 선거가 치러진다.

선거 결과에 따른 세계 주요 국가들의 리더십 변화는 인류 공통의 목표인 기후변화 대응에도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일 주요 외신 보도 등을 종합하면 2024년의 주요 키워드로는 ‘선거(election)’가 꼽힌다.

미국 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2024년에는 유럽연합을 포함한 최고 64개 국가에서 전국 단위의 선거(national election)가 치러진다. 이들 국가의 인구수를 모두 더하면 세계 인구의 49%에 이를 정도다.

당장 1월부터 대만에서는 총통 선거가 치러진다. 2월에는 인도네시아에서 대선과 총선이, 파키스탄에서는 총선이 진행되며 3월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다. 4월에는 한국을 비롯해 인도에서도 총선이 실시된다. 이들 국가는 모두 모두 지역 내 정세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거나 인구 대국으로 꼽히는 국가들이다.

유럽연합에서는 6월 유럽의회 선거가, 일본에서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 미국에서는 11일 대통령 선거가 진행된다.

그밖에 멕시코, 베네수엘라, 알제리, 세네갈 등 국가에서 대선이 치러지면서 2024년은 매달 지구촌 곳곳에서 전국 단위 주요 선거가 이어진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024년 세계 각국에서 연이어 주요 선거가 치러지는 상황을 놓고 ‘민주주의 슈퍼볼(Democracy’s Super Bowl)’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올 한해 세계 정치의 상황을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 경기 이벤트로 꼽히는 미국 미식축구리그(NFL) 결승전에 빗댄 것이다.

세계 주요 국가들에서의 리더십 교체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인류의 노력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유럽의회 선거와 미국 대선은 기후변화 대응에 중대한 영향을 줄 선거로 꼽힌다.

유럽연합(EU)은 현재 기후변화 대응에 선도적 역할을 하는 정치 공동체다. 집행위원 임명 동의 및 불신임 등 유럽연합 의사 결정에 핵심 역할을 하는 유럽의회의 구성 변화는 그대로 유럽연합의 기후변화 대응 노선의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최근 유럽연합 국가들은 경기 불안, 에너지 위기 등 영향으로 정치 지형이 우경화하는 경향을 보였다.

2022년 10월 이탈리아에서 2차 대전 이후 첫 극우정당 출신인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취임하고 핀란드, 스위스, 독일 등에서 치러진 크고 작은 선거에서 극우 성향 정당들이 약진하는 결과가 나왔다.

2023년 11월 네덜란드 총선에서는 극우성향인 자유당(PVV)이 의석수를 2배로 늘리며 원내 1당을 차지하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우파 성향으로 분류되는 정당들은 대체로 기후변화 대응에 부정적 태도를 보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선거 이후 유럽의회의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태도가 이전보다 소극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대선 결과 역시 기후변화 대응에 큰 영향을 미칠 선거로 꼽힌다.

이번 미국 대선은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이 유력하게 전망된다. 다만 어느 후보가 나오더라도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인 민주당과 그 반대인 공화당의 당론 차이, 공화당 우세인 미국 내 지지도 상황 등을 고려하면 미국의 정권교체에 따른 기후변화 대응 방향은 소극적 방향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2024년은 세계가 선거로 후끈, 전환점 앞둔 기후변화 대응 리더십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법원 출석을 앞둔 2023년 8월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 앞에서 지지자와 반대자들이 뒤섞여 있다. <연합뉴스>

한국 역시 4월 총선 결과에 따라 윤석열 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의 국정운영 방향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 정책 등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핵심 분야에서 여당인 국민의힘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견해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편 세계 각국의 정치 지형 변화와 관계없이 지구의 온도 상승은 점점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세계기상기구(WMO),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C3S) 등 세계 주요 기상기구들은 모두 2024년이 2023년에 이어 역대 지구가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에 발생한 엘니뇨의 영향을 본격적으로 받는 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구 온도의 상승은 기후변화의 강도를 높여 세계 각지에 더 극단적인 폭염, 한파, 홍수, 가뭄 등 기상현상을 불러올 수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는 지난해 12월17일 뉴욕타임즈 사설을 통해 기후변화 문제가 유권자의 정치적 선택에 중요하게 고려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는 “공화당은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적대적 움직임을 보이는 정당이고 그들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유권자들은 기후 문제가 2024년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