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대만 총통선거 정치적 쟁점 부각, 해외 반도체 투자 배경에 '갑론을박'

▲ TSMC의 해외 반도체공장 투자가 대만 총통선거를 앞두고 주요 정치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대만 신주과학단지에 위치한 TSMC 반도체공장 건물.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총통선거를 앞두고 반도체기업 TSMC의 해외 생산공장 투자 계획이 주요 정치적 쟁점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다.

2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대만 제1야당인 국민당(KMT)은 현재 집권당인 민주진보당(DPP)을 향해 TSMC의 국내 투자 기회를 빼앗겼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대만과 중국 사이 관계 악화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TSMC가 미국과 일본, 독일 등에 대규모 반도체공장 설립을 결정하게 됐다는 내용이다.

민주진보당은 대만의 대표적인 반중 성향의 정당, 국민당은 친중 성향 정당으로 꼽힌다.

국민당은 13일에 진행되는 총통선거를 앞두고 중국과 대만의 관계 악화에 민주진보당의 책임을 물어 이를 비판하는 성격의 여론전을 적극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대만 최대 반도체 제조사이자 대표 기업인 TSMC를 전면에 내세워 중국과 관계 회복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TSMC는 최근 수 년 동안 미국과 일본, 독일 등에 수십조 원 규모의 첨단 미세공정 파운드리 생산설비 투자 계획을 잇따라 내놓은 뒤 실행에 옮기고 있다.

그동안 TSMC가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공장을 대만에만 운영하는 기조를 유지해 왔다는 점에 비춰보면 다소 이례적인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TSMC가 이처럼 투자 지역을 다변화한 배경에는 각국 정부의 반도체 수급망 안정화를 위한 노력과 공격적인 보조금 지원 정책, 중국의 대만 침공 리스크 등 복합적 요인이 자리잡고 있다.

국민당이 이 가운데 중국과 관계 악화 문제를 들어 TSMC의 해외 투자를 쟁점화한 것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자오샤오캉 국민당 부총통 후보는 토론회에서 “대만이 평화를 유지할 수 없다면 아무도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TSMC가 해외로 나가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주진보당이 중국과 대만의 관계 악화를 이끌면서 결국 TSMC가 대만에서 점차 이탈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샤오메이친 민주진보당 부통령 후보는 현재 집권당 아래에서 해외 기업들의 대만 내 투자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반박하며 이러한 주장에 맞섰다.

그는 “TSMC가 정치적 쟁점으로 소비돼서는 안 된다”며 “TSMC는 글로벌 산업 환경과 고객사 수요에 따라 해외 투자를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총통선거를 2주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대만 현지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민주진보당과 국민당 후보의 지지율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 총통선거 결과는 TSMC의 향후 투자 전략 방향성은 물론 더 나아가 글로벌 반도체 산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변수로 꼽힌다.

TSMC가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 물량을 사실상 독점하며 반도체시장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로이터는 “TSMC는 대부분의 첨단 반도체 생산설비를 언제나 대만에서 운영할 것이라는 점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