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네덜란드 ASML이 미국 정부 요구에 따라 중국에 반도체 노광장비 수출 중단 시점을 앞당긴 것으로 전해졌다. ASML의 반도체 장비 홍보용 이미지. < ASML >
블룸버그는 2일 관계자들로부터 입수한 정보를 인용해 “ASML이 미국 바이든 정부 요청에 따라 이미 중국에 수출을 계획하고 있던 반도체 장비 물량도 공급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이전보다 더 강화된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를 이른 시일에 시행하고 ASML을 비롯한 주요 동맹국의 장비업체도 이에 동참하도록 할 방침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규제가 정식으로 도입되기 전에 이례적으로 ASML에 별도 요청을 보내 대중국 수출을 곧바로 중단하도록 요구한 것이다.
블룸버그는 ASML이 아직 중국에 DUV 반도체 노광장비를 수출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즉각 공급을 멈추도록 연락을 취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가 이처럼 ASML을 직접적으로 염두에 둔 조치를 내놓은 것은 중국의 반도체 기술 발전을 막겠다는 더욱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화웨이와 SMIC 등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지난해 미국 정부의 반도체 장비 규제 영향을 극복하고 7나노 미세공정 프로세서 등 첨단 반도체를 상용화하는 데 성과를 냈다.
ASML의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등 신기술을 활용할 수 없도록 한 미국 정부의 강도 높은 제재에도 DUV와 같은 비교적 구형 장비를 활용해 충분한 발전 가능성을 증명한 셈이다.
미국 정부는 즉각 대응에 나서 자국 및 동맹국 소속 기업들이 중국에 더 많은 종류의 반도체 장비 및 관련 소프트웨어 등을 공급할 수 없도록 하는 조치를 내놓기로 했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 핵심인 노광장비 분야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는 ASML에 직접 선제적으로 수출 중단을 요청한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ASML 관계자는 블룸버그를 통해 “미국 정부와 최근 수출 규제에 관련해 논의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더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중국 반도체기업들은 미국 정부의 규제 강화 논의가 본격화되자 서둘러 ASML 등 기업의 반도체 장비 구입 물량을 늘리며 ‘사재기’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ASML 반도체 장비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1분기 8% 안팎에 그쳤지만 2분기 24%, 3분기 46%까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이 이처럼 ASML의 반도체 장비를 사들이는 데 더욱 속도를 내고 있는 점도 미국 정부가 정식으로 규제를 시행하기 전에 수출 중단을 요청하게 된 배경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ASML은 미국의 이러한 규제 강화가 오히려 중국의 자체 반도체 장비 기술 발전 시도를 자극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 측면에서 보면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 장비 공급 중단으로 실적에 받게 될 타격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미국 정부의 요구로 ASML이 1대당 수천만 달러에 이르는 장비 수출을 멈출 수밖에 없게 됐다”며 실질적으로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