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ETF(상장지수펀드)시장이 2023년 급성장하며 총자산총액((AUM) 100조 원 시대를 연 데 이어 120조 원까지 넘어섰다.

2023년 국내 ETF시장을 달군 키워드로 ‘채권형’과 ‘변동성’이 꼽히는 가운데 내년 국내 ETF시장 경쟁은 중소형 자산운용사의 지속적 참전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120조 넘어선 국내 ETF 키워드는 채권형과 변동성, 내년에도 성장세 이어진다

▲ 27일 국내 ETF시장 상장 일정이 마무리됐다. 국내 ETF시장은 2023년 최근 10년 사이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7일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서학개미’, KB자산운용의 ‘KBSTAR 미국채30년엔화노출(합성H)’,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주식베스트셀러’, 신한자산운용의 ‘미국30년국채커버드콜(합성)’ 등 4개 상품을 끝으로 올해 ETF시장 상장 일정이 마무리됐다.

2023년 국내 ETF시장에는 모두 160개 상품이 새로 출시됐다. 지난해보다 19% 늘었다. 3년 전인 2020년(45개)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성장했다.

올해 ETF시장은 자산운용사의 활발한 신상품 출시 등에 힘입어 최근 10년 사이 가장 빠르게 성장했다.

전날 기준 국내 ETF시장 총자산총액은 120조2960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말보다 53%(41조7844억 원) 증가했다.

국내 ETF시장이 10조 원 규모로 커진 2012년 이후 빨리 큰 것인데 2018년 말 ETF시장 규모가 41조 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 1년 동안 2018년 기준 ETF시장 하나가 더 생겼다고도 볼 수 있다.

올해 ETF시장은 개인투자자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고금리시대를 맞아 채권형(금리형 포함) 상품이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성인 키움투자자산운용 ETF마케팅사업부장은 “2023년 ETF시장 성장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자산은 채권형 ETF로 올해 시장 전체 증가분 42조 원 가운데 약 76%인 32조 원을 차지했다”며 “미국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채권형 자산을 기반으로 한 ETF시장의 성장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다”고 내다봤다.

넓은 범위에서 채권형 상품으로 평가되는 금리연계형 상품이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을 순자산 규모로 제친 것도 올해 상징적 사건으로 여겨진다.

Kodex 200은 국내 ETF시장의 개화를 알린 상품으로 2002년 이후 지금껏 순자산 1위를 지켜왔다.

하지만 채권형 상품의 성장 속에서 2020년 상장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와 올해 6월 나온 삼성자산운용의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에 밀려 21년 만에 왕좌를 내주며 현재 3위로 내려앉았다.

개인투자자의 선택을 받기 위한 상품이 출시되는 과정에서 ETF시장의 전반적 변동성이 커진 점도 올 한 해 특징으로 꼽힌다.

2023년 국내 ETF시장에도 2차전지 테마 열풍이 불었는데 이에 따라 특정 상품은 종가 기준으로 하루에 가격이 50% 이상 변동하기도 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KRX2차전지K-뉴딜레버리지’와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차전지산업레버리지’는 11월6일 각각 50% 이상 오른 뒤 다음날인 11월7일에는 동시에 20% 이상 가격이 빠졌다.

ETF는 분산투자를 기본으로 하는 만큼 개별주 투자와 비교해 변동성이 낮은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이런 장점이 무색할 정도로 큰 변동성을 보인 것인데 자산운용사들이 시장의 주목을 받기 위해 투자종목 수를 압축한 점도 변동성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분산투자를 통해 안정성을 추구한다는 ETF의 장점이 올 한 해 많이 희석된 측면이 있다”며 “개인투자자가 중요해진 상황에서 자산운용사들이 포트폴리오를 압축하고 그 안에서도 주요 종목 비중을 크게 높이는 전략을 쓰면서 변동성이 더욱 커졌다”고 바라봤다.

결국 높은 변동성을 바라는 개인투자자의 수요에 적극 대응한 자산운용사의 전략이 변동성을 키운 셈인데 이를 놓고 국내 증시의 양극화 특성이 ETF시장에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도형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장은 “주식형뿐 아니라 채권형 상품을 보더라도 중간보다는 안전한 금리형이나 변동성이 큰 장기채 상품에 자금이 몰리는 경향을 보였다”며 “올해는 ETF시장이 성장하면서 국내 증시나 과거 국내 펀드시장에 나타났던 쏠림 현상이 ETF시장에도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해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자산운용사들은 2024년 더욱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120조 넘어선 국내 ETF 키워드는 채권형과 변동성, 내년에도 성장세 이어진다

▲ 전규백 IBK자산운용 대표(오른쪽)가 21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ITF 200' ETF 상장기념식에서 양태영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IBK자산운용은 ITF 200을 시작으로 ETF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한국거래소>


주요 자산운용사가 내년에도 다양한 신상품을 통해 투자자를 유혹할 준비를 하고 있는 가운데 중소형 자산운용사의 ETF시장 진출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번 12월만 봐도 IBK자산운용과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코스피200을 따르는 상품을 통해 ETF시장에 새로 진출했다.

김인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리포트에서 “12월 국내 ETF시장에서 눈에 띄는 점은 국내 대형 운용사들의 해외 진출과 중소형 운용사들의 새로운 진입”이라며 “특히 120조 원 규모에 이르는 ETF시장에 중소형 운용사들의 진입이 가속화하는 점은 고무적이다”고 평가했다.

금정섭 KB자산운용 ETF마케팅본부장은 “국내 ETF시장은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21% 성장해 미국(17%)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지금의 성장 추세라면 산술적으로 2026년이면 200조 원 돌파도 가능해보인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